광고
광고

[독자마당 essay] 아들의 입대를 바라보며

이성해 중원구 은행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6/24 [15:43]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아들의 입대를 바라보며
이성해 중원구 은행동
 
얼마 전, 우리 부부는 아침 일찍 아들을 태우고 논산 육군훈련소로 출발했다. 훈련소로 가는 내내 아내는 간간이 눈물을 훔쳤다. 그런 아내와 창밖만 응시하는 아들이 왠지 안쓰러웠다.

출발 전 아들 녀석을 앉혀놓고 “군대는 누구나 다 가는 거다. 운 좋게 빠지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건 너하고는 애초부터 상관없는 일이니 쳐다볼 것도 없다. 당당히 갔다 와서 다시 시작하자. 아빠는 영하 20도씩 내려가는 곳에서 30개월도 넘게 생활했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했다. 막상 군대 가는 당사자에게 구석기시대의 경험담이 쉽게 귀에 들어오긴 어려웠을 거다. 더군다나 요즘 아재들의 “나 때는 말야”로 시작하는 나때족 이야기로 들릴 게 뻔했다.

논산에 도착해 아침 겸 점심으로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식사를 했다. 난생처음으로 아들 녀석은 술 한 잔 따르겠다며 소주병을 기울이는데,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모를 감정이 밀려왔다. 그러고 보니 아들놈이 군대 갈 때까지 부자지간에 술 한 잔 나눠본 적 없는, 나는 참 멋없는 아빠였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아들 앞에서 처음 눈시울이 붉어지는 순간이었다. 많은 세월이 지난 지금, 아들 앞에서 눈물 흘리는 걸 본 아내는 옆에서 소리까지 내며 울었다.

제 어미 배 속에서 나와 옹알이를 하면서 자라고, 한때 병치레를 하면서 죽을 고비도 넘기고, 사춘기 때는 방황도 하더니 대학 가서 철이 좀 들어 아들다워지는가 싶었다. 이제야 친구 같은 부자지간 정을 나누는가 싶었는데 군 입대라는 아쉬운 순간을 맞아 나도 밀려드는 서운함을 감내하기는 역부족인 듯했다.

아들이 연병장으로 뛰어가는 모습, 먼발치서 다른 청년들과 함께 의젓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니 ‘내가 아들 녀석을 제대로 키웠구나’ 하는 자부심도 들었다. 더불어 이 나라가 강건하게 지켜질 수 있고, 그 덕분에 우리 가족, 우리 국민이 모두 행복하고 안락하게 쉴 수 있다고 생각하니 한결 맘이 편하고 기뻤다.

같이 입대한 모든 청년이 제대하는 그날까지 건강하게 지내다가 그리운 가정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A4 ½장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 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20년 7월 7일(화)까지 보내주세요(주소, 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이메일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