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성남'이라는 브랜드

[특별기고] 강민호 작가/ 브랜드 마케팅 전략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8/24 [15:39]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 강민호 작가/ 브랜드 마케팅 전략가.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브랜드가 되어간다는 것』 저자     © 비전성남

 
도시 브랜딩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되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뉴욕, 포르투, 암스테르담 등은 성공적인 도시 브랜딩 사례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도 이제 막 브랜딩에 관심을 갖고 전략적으로 투자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브랜딩은 <차별화>라고 하는, 의미 있는 다름을 전달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차별화의 단서(단어, 이미지, 상징 등)를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기는 것이 브랜딩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브랜딩이 일반적인 상품·서비스를 넘어 도시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본질적 목적은 도시의 가치를 높이기 위함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에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왜 도시의 가치를 높여야 하는 걸까? 그리고 도시의 가치란 무엇인가?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이 없다면 도시 브랜딩은 방향을 잃게 됩니다.

지금 저는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지혜로운 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도시의 가치를 묻는 질문의 답이 어디에서부터 출발해야 하는지에 대한 단서는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시민>입니다.

상품·서비스의 브랜딩이 고객문제에서 출발한다면, 도시 브랜딩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민이 가지고 있는 문제에서 출발할 때 지속가능한 브랜딩의 지향점을 확립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문제란 당장 눈에 보이는 (부정적인)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브랜드·마케팅 분야에서 고객문제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골치 아픈 현안 같은 것이 아니라, '갭(Gap)' 혹은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고객의 현재 상태와 고객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태 간의 <거리>와 <차이> 말입니다.
 
그리고 이 고객문제에서 출발하는 브랜딩을 우리는 <고객지향>이라고 표현합니다. 도시 브랜딩에서는 <시민지향>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브랜딩을 광고·홍보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브랜딩을 광고·홍보라고 오해하는 상태에서 출발하는 도시 브랜딩은 핵심고객이라 할 수 있는 시민이 아닌 외부인 '모객'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브랜딩의 목적인 시민지향이 시민편향으로 쉽게 변질되고 마는 것입니다.

저는 성남시민은 아니지만, 시민에 준하는 도시 경험은 갖추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분당 정자동에 작업실을 차렸고, 매일 동탄에서 탄천을 거쳐 자전거로 출퇴근합니다.

처갓집은 해질녘 놀이터에서 만날 수 있는 노을이 인상적인 성남의 한 아파트입니다. 율동공원은 작가를 꿈꾸던 시절, 늘 거절만 당하고 좌절을 반복하던 힘든 날의 버팀목이 되어준 저에겐 특별한 장소입니다. 지금도 마음이 복잡할 때는 여전히 율동공원을 걷습니다.

한 개인의 시민으로서 경험한 <성남>이라는 브랜드는 <연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를 가족으로 연결해 주었고, 백수에 가까웠던 청년을 작가의 꿈과 연결해 주었습니다. 오늘도 탄천은 저의 자전거 출퇴근 길을 연결해주고 있습니다. 제 작업실은 저의 현재와 미래를 연결해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생각해보니, 도시는 참 많은 것들을 의미 있는 연결로 가치 지어질 수 있게 돕는 플랫폼(Platform)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성남이라는 브랜드는 저에겐 연결의 의미를 상징하는 도시입니다.

<연결도시, 성남>, 성남이 제공하는 도시경험이 시민지향적 가치들로 다양하게 연결되고 펼쳐질 수 있길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