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바퀴] 남한산성 옛길서 담아온 풍경, 위례 산책
위례동 55・65단지 사잇길~대원사~위례근린공원
▲ 전망대 쉼터에서 바라본 롯데타워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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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구 위례 55단지와 65단지, 성남과 하남 사잇길을 지나 산책길로 들어섰다. 능소화 등나무를 머리에 이고 있는 길이 어디로 이어져 있을지 호기심이 인다. 산객들이 계속 오가고 있었다. 주민들이 편하게 오가는 길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산책 중에도 마스크를 쓰고 서로 배려하는 위례 주민들 모습도 인상적이다. 남한산성 행궁, 위례 대원사 중 어디를 목적지로 할까. 일단 길을 떠나보기로 했다.
야자 매트가 깔린 길에 나뭇잎 사이를 뚫고 들어 온 햇빛이 내려와 있었다. 길을 안내하는 지도와 함께 지역에 살았던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써 놓은 안내판이 보인다. 정조를 비롯한 여러 왕이 여주까지 가는 능행길로 이용했다는 이야기. 중종, 숙종, 영조, 정조가 이길을 이용해 영릉까지 참배했다는 이야기. 여주까지의 능행은 꼬박 2박 3일이 걸리고, 능행 중 남한산성 행궁에서 하룻밤을 청했다고 한다. 길이 있는데 어찌 능행에만 쓰였을까. 짐을 이고 지고 다니던 남녀 상인, 보부상이 남한산성 내 마을과 한양을 오가던 길이고 난(亂)이 일 때를 대비해 군사용품을 나르던 길이기도 했다.
고라니, 토끼, 멧돼지가 다니는 길이어서 산객들은 이따금 큰 동물을 만나기도 한다. 동물과 식물, 사람이 함께 이용하는 길에 기자도 숨을 더했다. 동고비가 나무에 내려앉았다. 나무줄기를 자유자재로 이동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동고비가 머리를 아래 방향에 두고 줄기를 타고 내려온다. 제 능력이 남다르다는 것을알고 있을까. 딱따구리 둥지를 손질해 재사용하는 재주도 빼어나다. 딱따구리 둥지 입구를 참새보다 조금 큰 제 몸에 맞게 진흙을 발라 사용한다.
경사가 완만해 그리 어렵지 않게 산길을 탈 수 있다. 약간 숨이 찰 정도다. 복정역 4.7km, 지화문 1.5km 이정표를 지나 조금 더 오르니 포장도로가 보인다. 남한산성 가는 9번 버스가 지나는 길이다. 보부상 쉼터라 불리는 곳에서 잠시 쉬었다가 산성역으로 방향을 잡았다.
참나무, 사람들의 배고픔을 다스려 주던 도토리나무가 보였다. 도토리가 보이지 않는 걸 보니 올해는 도토리가 흉년인 듯. 산짐승들의 겨울 먹이가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그래선지 어쩌다 만난 떡갈나무와 갈참나무 열매가 반갑다.
위례 대원사로 방향을 잡고 마을 쪽으로 내려가니 넓은 잔디공원이 보인다. 시원스런 잔디밭과 그 뒤 병풍처럼 펼쳐진 청량산의 풍경에 마음이 쏠려 발을 뗄 수가 없었다. 위례를 더 사랑하게 만드는, 위례에서 오래 살고 싶게 만드는 풍경이 길 따라 펼쳐져 있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