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무르익는 요즘, 신구대식물원에선 우리나라 바닷가에서 자라는 국화, 해국이 은은하고 기품있는 아름다움으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전시 중이다. 국화과 개비취 속에 속하는 해국은 햇빛이 잘 드는 해변가에 서식하고 차가운 해풍과 뜨거운 햇빛을 견디며 살아가는 식물이다. 바닷바람을 견뎌야 하는 해국의 잎은 앞면과 뒷면에 털이 있다. 그리고 잎에서 점액을 분비해 잎이 끈적거린다. 울릉도와 독도에서 자라는 해국은 왕해국으로 분류되는데 다른 해국보다 잎이 두껍고 크며, 해국보다 많은 점액을 분비하는 특징을 가진다.
관람객들이 보기엔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지역별로 수집된 35종 해국은 서식환경이 조금씩 다르다 보니 지역마다 변이가 생기면서 잎의 크기가 다르고, 꽃대 길이에도, 꽃의 색깔도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그 차이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신구대식물원 박종수 과장은 "식물원에서 지난해까지는 구절초를 중심으로 가을전시를 열었는데 올해는 구절초뿐만 아니라 국화과 식물인 개미취·쑥부쟁이를 비롯해 해국까지 포함한 가을전시를 준비했다"고 소개했다.
국화과이면서 멸종위기식물인 단양쑥부쟁이는 신구대식물원 멸종위기식물 대체서식지에서 보호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국화과의 두해살이풀인 단양쑥부쟁이는 2년마다 꽃을 볼 수 있는데 올해 꽃을 피웠다. 척박한 모래나 자갈땅에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단양쑥부쟁이는 과거 충북 단양부터 충주까지 남한강 유역에 널리 분포했는데 댐건설과 하천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면서 사라지기도 했던 식물이다.
중앙정원에서는 귀엽고 작은 꽃을 피우는 원평소국도 볼 수 있다. 원평소국은 꽃의 색깔이 희색에서 분홍색으로 점차 변하는데 개화기간이 길고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특징이 있다.
처음으로 신구대식물원에 왔다는 신승혜 씨는 "가을 햇빛을 만끽하며 수수한 듯 우아한 국화를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는 식물원 나들이었다”며 “코로나19로 답답하고 우울했는데 이렇게 나오니 참 좋다"고 말했다.
해국은 대부분 바닷가 절벽의 돌 틈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각 지역의 해국을 찾아다니며 만나기 힘든데 이번 전시는 전국의 해국을 한자리에서 감상하는 좋은 기회다. 10월 20일부터는 해국 전시와 함께 국화 분재가 관람객들을 맞는다. 수목원 전문가과정 수강생들이 지난 1년간 키워낸 국화 분재들이 가을 들국화와 해국에 이어 관람객들에게 깊어 가는 가을을 제대로 느끼게 할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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