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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농촌 풍경서 무르익은 가을을 만나다

마음이 머무는 동네, 오야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0/22 [17:2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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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골목 누군가의 집에 마실 나가 있을 엄마를 찾아나선 기분이다. 동선을 정하고 움직이기보다는 발걸음 닿는 대로, 마실 나간 엄마를 찾아 나선 기분? 어릴 적 소풍 가서 보물찾기하는 동심으로 이 골목 저골목을 기웃거려보는 재미가 있는 오야동이다.
 
아파트가 줄지어 서 있는 동네와 달리 높지 않은 집들이 모여 있는 오야동의 한적한 골목길은 정겹고 따뜻했다.
 
신촌동 행정복지센터(오야·심곡·신촌)를 시작으로 동네 나들이를 시작했다. 줄지은 듯 반듯하지 않고 구불구불 이어지는 길에 모퉁이를 돌 때마다 호기심이 솟았다.
 
담장 안에 있는 감나무, 대문 옆 사철나무, 살구나무,동네 텃밭과 마당에 있는 깻잎, 고추, 가지…. 담장 위를 지나온 호박 줄기에서 애호박 하나가 “무슨 일로 오셨어요?”라고 인사하는 듯한 풍경이 정겹다. 집 주위로 꽃이 많아 바라보느라 걷는 속도가 느려진다.
 
자연과 동네가 잘 어울리는 오야동이다.
 

▲ 한옥카페 뒤 언덕에서 바라 본서울공항 활주로     © 비전성남

 
동네 곳곳에 눈길을 주며 걷다 100년이 넘었다는 한옥을 만났다. 한옥 카페로 유명한 곳이다.

쌍화차 냄새가 마당 가득 넘쳐흐른다. 오래된 느티나무가 한옥 뒤 야트막한 구릉에 서 있다. 성남시 보호수로 지정된 300년 된 나무다. 느티나무를 지나 계단을 오르니 저 멀리 서울공항 활주로와 가을 하늘이 군더더기 없이 마주 보고 있다.

언덕에 잠깐 서 있는 동안 물까치가 떼 지어 날고 꿩이 푸드득 날아오르는가 싶더니 딱따구리가 빨간 깃털만 살짝 보여주고 빠르게 지나간다. 멧비둘기와 어치는 나무 사이로 숨어들었다 나오기를 반복한다. 팥중이도 풀쩍 나는 것처럼 뛰었다. 바람이 나뭇잎 사이로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  성남시 지정 보호수 300년 된 느티나무   © 비전성남

 

▲  감을 쪼아먹는 물까치들   © 비전성남

 

▲  넓적배사마귀   © 비전성남

 
한옥카페를 지나 내려오다 천주교 오야동 공소에서 걸음을 멈췄다. 영사기를 빨리 돌리는 것처럼 변화에 변화를 거듭하는 성남의 또 다른 시간이 골목길에 있었다. 120년 전 자리잡아 2003년 새단장한 공소는 오야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공소는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첫 모습이다. 사제가 상주하지 않아 사제가 방문할 때만 성사가 이뤄진다.
 
신촌동 행정복지센터로 돌아와 섰다. 길 건너 구릉에서 묘를 정비하고 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병자호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최명길의 아버지 최기남의 묘라고 한다.
 
오야오소 작은도서관 옆으로 난 길로 걸음을 옮겨 오르막길을 조금 오르니 코스모스가 길가에서 한들거리며 누비길로 안내했다. 감나무에 달린 잘 익은 감을 물까치들이 사이좋게 쪼아먹으며 가을을 즐기고 있다. 누비길 7구간, 인능산 길이다. 이정표가 여러 방향으로 갈라져 있다. 길을 정해 누비길을 누벼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길을 걷다 멈추고 지나온 길을 자꾸만 뒤돌아보게 된다. 마음이 머무는 동네, 굳이 목적지를 정하지않고 이 가을의 물듦을 누리며, 동심을 그리며 마냥 둘러봐도 좋을 곳, 오야동이다.
 

▲  누비길 7구간 이정표   © 비전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