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자연과 사람이 어우러지는 동네

[동네 한바퀴] 깊은 골이라 하여 ‘심곡동’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1/24 [10:11]

 
수정구 서울공항 정문 바로 건너 인릉산 깊은 골짜기 안에 동네가 있다. ‘깊은 골’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 ‘심곡동’이다. 10여 년 전 인릉산을 등산하며 찾았던 심곡동은 마을 가운데 물길이 있는 소박하고 정갈한 동네였다.

어떻게 변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효성고등학교 옆으로 난 작은 길에 들어섰다. 넓어진 길과 새로 지은 집들로 이전과 다른 모습이었지만 마을이 주는 느낌은 여전했다.
 
▲심곡교회 옆 370년 된 느티나무     © 비전성남
 
▲“큰 놈으로 뽑아줘야지” 하며 무를 뽑아주는 할아버지 © 비전성남
 
동네 입구에서 만난 거북바위에 얽힌 이야기가 재밌다.
 
거북바위의 머리는 동쪽인 수진리(현 태평동)를, 엉덩이는 심곡동을 향하고 있다. 건넛마을에 있는 곡식을 먹고 심곡동에 똥을 누는 모양이어서 마을이 부자였다고 한다. 때로는 건넛마을 사람들이 놀러 왔다가 술을 마시고 돌아갈 때면 거북바위 때문에 자기네 마을이 안 된다며 바위를 엎어 놓고 가기도 했다고 한다. 거북바위가 있던 원래 위치는 효성고등학교 옆 하천가였지만 하천을 복개하면서 현재 자리에 앉게 됐다.

정원수로 심은 감나무가 많이 보인다. 밤이라면 등불로 삼고 싶은 주황빛 감이 탐스럽게 달려있다. 둘레둘레 변한 모습을 찾아보며 이정표를 따라 116년 역사를 가진 심곡교회로 향했다.
 
이재인 목사는 “심곡교회의 역사는 1904년 피득 선교사가 이종섭 장로의 집에서 첫 예배를 드리며 시작됐다”고 한다. 1981년엔 현재의 터로 자리를 옮겨 116년 역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교회를 개척한 이종섭 장로의 후손은 아직도 심곡동에 살고 있다고 한다.
 
교회 옆 보호수(느티나무)의 나이를 헤아려보니 370살이다. 조금 더 동네 안쪽에 있는 270년, 노거수와 함께 이곳에 마을이 생기고, 교회가 들어서고, 계절의 흐름과 함께 마을이 변하는 과정을 나이테에 담아왔을 것이다. 긴 시간을 담고 있는 나무와 교회엔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을까.
 
▲  멀리 서울공항 활주로가 바다처럼 보인다.   © 비전성남
 
▲ 인릉산 오르는 길    © 비전성남
 
과거와 현재의 공존이 느껴지는 이름 ‘깊은골 편의점’ 앞, ‘양껏 둘러보고 가세요’란 표정을 가진 강아지 한 마리가 무심한 듯 지켜보는 가운데 조금 더 동네 안쪽으로 들어갔다.
 
“농사를 아주 잘 지으셨어요”라는 인사에 “입동 지나면 김장해야지”라고 대답하는 할아버지는 1932년에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 사셨다고 한다. 시간의 묵직함이 새삼스레 느껴졌다. 아이와 어른, 과거와 현재가 마을을 만들어 간다는 느낌이다.

“인릉산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해요?” 주민에게 물었다. 잘 닦인 등산로로 안내됐다. 등산로 입구에서 본 우물. 할 일을 멈춘 우물이지만 물을 긷는 우물가 사람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뚜껑을 열면 이야기가 송송 올라올 것 같다.

하늘거리며 가을이 떨어지고 있는 산길을 얼마나 올랐을까. 인릉산 방향을 가리키는 이정표 앞에서 “와~ 바다다!” 하며 멈춰섰다. 그럴 리가, 자세히 보니 서울공항 활주로다. 머리 위 하늘에서는 부부로 보이는 맹금류 두 마리가 선회비행을 하고 있다. 산길에서 만난 새들이 모두 모습을 감춘 이유가 맹금류 때문이었을까? 같은 자리에 서서 기다리는데도 결국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살지 않았다고 그 시간이 없는 것이랴. 보이지 않지만 어딘가에 있을 작은 새들처럼 보이지 않지만 켜켜이 쌓이는 시간이 느껴진다. 오래된 나무와 교회, 변화된 듯 보이지만 여전한 마을에서 오래된 세월과 현재를 흐르는 시간을 느낄 수 있었다.

※ 참고: 심곡동은 법정동 이름으로 행정구역상으로는 신촌동에 해당한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