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성남행복아카데미의 열일곱 번째 이야기가 열렸다. 김하나 작가의 ‘말하기를 말하기’라는 주제로 12월 3일까지 4일간 유튜브 ‘성남TV’를 통해 시민들과 만나게 된다. 이번 성남행복아카데미 열일곱 번째 강연자 김하나 작가는 저서로 ‘말하기를 말하기(2020)’,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2019)’, ‘힘 빼기의 기술(2017)’, ‘15도(2017)’ 등이 있고, 예스24팟캐스트 ‘책읽아웃 : 김하나의 측면 돌파’를 진행 중이며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다. 2006년 아시아태평양광고제 경쟁부문에서 우승, 한국인 최초로 영로터스상을 수상한 광고계 최고의 카피라이터이기도 하다.
김 작가는 “관객의 반응을 직접 접할 수 없다 보니, 북토크 느낌으로 그동안 많이 들었던 질문들을 추려 이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첫 번째 질문은 ‘작가님은 처음부터 말을 잘하셨나요?’ 말하기에 대해 책을 낼 정도이니 말하기에 대해 꽤 자신있겠다, 소질을 타고났나 보다라는 평을 많이 듣지만, 결론은 “전혀 아니다”였다. 신학기가 개학하는 3월 2일이 제일 무서울 정도로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이렇게 시청에서 시민들에게 말까지 하는 사람이 된 것이 신기하다고 전한다. 그는 ‘하면 된다’는 말은 싫어하지만, ‘하면 는다’는 말을 참 좋아한다. 첫 저서 “당신과 나의 아이디어”를 쓰면서 세상에 꺼내놓고 싶은 말이 생겼고, 독자들이 내 말에 공감할까 궁금해 북토크를 시작했다. 기본적 삶의 이야기여서 조금씩 편하게 말하게 됐고, ‘세상을 바꾸는 15분’ 강사로도 출연하게 됐다. 말할 기회가 많이 생기고, 팟캐스트 녹음 후 방송도 들어보며 말이 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질문은 ‘말의 힘을 믿으시나요?’ 중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의 말씀, “김하나. 기억해. 너는 말하는 사람이 될 거야”라고 하셨다. 그 당시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는데, 어느덧 말하는 사람이 된 자신을 보며 문득 이 말이 떠올랐다고. 내 안으로 들어와 저장돼 어떠한 역할을 해주지 않았을까, 말의 힘이 아닐까 회상했다. 세 번째 질문은 ‘성우 수업을 들으면 말을 잘하게 되나요?’ 1년 정도 성우 수업을 받았는데, 단전에서 목소리를 내는 훈련, 발성훈련을 위한 체력단련 등 다양한 신체훈련을 경험했다. 가장 중요한 점은 더빙 후 목소리를 들어보며 나의 말하기는 어떤가? 하고 생각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적용을 위해 친구와의 통화를 녹음해 들어보거나, 낭독할 땐 말투가 어떤지? 등 스스로 녹음해 들어보는 방법을 추천했다.
네 번째 질문은 ‘대화의 기술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는 듣기에 특화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김 작가는 대화의 기술이란 한마디로 ‘듣기’라고 정의했다. 듣기는 체력과 집중력이 요구되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다. 대화를 잘하려면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말하는 것을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는다면 내가 내 이야기를 꺼냈을 때 상대도 내 말에 집중하게 된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받아서 내 안의 어떤 것과 비교해 보고, 의문이 생길 때 다시 질문해보고, 상대의 말을 듣고 나의 에피소드들도 전하고, 그러면서 조금씩 외연이 넓어져가는 이야기가 좋은 대화라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질문. ‘말하기는 어떻게 하면 배울 수 있나요?’ 말하기는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수 있다. TV와 라디오는 물론, 카페에서 주문할 때, 회의석상 등 다양한 곳에서 접하는 모든 사람을 말하기 선생님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저렇게 말끝을 흐리는 사람은 질색이야, 말 빠른 사람은 싫어’ 등으로 생각하면 나의 손해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 된다. 말 잘하는 사람을 보면서 나는 저 사람의 어떤 점을 배우고 싶다, 저렇게 하니 말이 돋보이는구나, 이런 생각이 ‘말하기’를 증진하는 길이다.
다음으로 꾸준히 받는 질문들을 소개했다. ‘친하지 않은 사람과 대화 중 침묵이 생기면 불편해요.’ 아직 친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 중 말이 끊기는 것은 당연하다. 이를 당연히 받아들이면 긴장이 줄어들고, 대화에 임하기가 좀더 편해진다. ‘강의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꼼꼼하고 촘촘한 준비는 기본이고, 편안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문장 하나까지 정확히 말해야지 생각하면 이야기가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지만, 큰 키워드를 준비해두고 내가 편안히 말할 수 있는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하기 TIP 좀 알려주세요’ 특히 여성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며, 너무 겸손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여러분이 열심히 해서 이뤄낸 성취에 대해 칭찬해 줄 때 손사래 치지 마라, 보통 ‘아니에요’라고 말할 때가 많은데, 이제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훈련을 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 외에 답변은 ‘에’라고 얼버무리지 말고 ‘네, 예’로 할 것, 말끝을 흐지부지하지 말고 끝까지 말하기, 남미 여행에서 얻은 ‘먼저 말걸기’의 수확, 자기 안의 목소리 내기, 화가 날 땐 그 자리를 피했다 말하기, 회사는 친해지려고 모이는 자리가 아니니 정확·효율·친절한 커뮤니케이션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 등 김 작가의 TIP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자신을 ‘읽고 쓰고 듣고 말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김하나 작가. 읽고 쓰기를 앞에 두는 이유는 더 느린 과정이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많이 읽고, 내 안에서 생각을 충분히 하고, 숙성시킨 뒤 글을 써보고, 이 과정을 거치며 나의 주관이나 생각이 정연하게 정리될 수 있다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김 작가는 이 강의가 ‘듣고 말하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됐으면 했다. 말하기에 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 보게 하고, 이것을 시작으로 스스로 자신에게 맞는 말하기 방법,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돕는, 알차고 실용적인 팁이 가득한 시간이었다. 성남행복아카데미는 지난 7월 1강을 시작으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민들과 소통해 왔다. 마지막 18강 강연은 오는 12월 22일(화) 성남시청 온누리실에서 50여 명의 시민을 모시고 대면과 온라인 강연을 병행해 진행할 예정이다. 취재 이훈이 기자 exlee1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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