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딱”, “연금충”, “요즘 애들”, “할매미”, “혐로” 등 각 세대를 비하하는 단어들을 여기저기서 쉽게 볼 수 있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단어의 잦은 출현은 한국 사회 내 세대소통 문제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빨간불은 결국 파란불로 바뀌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노란불 거쳐야’ 파란불로 바뀐다는 거죠.
새해를 맞아, 온 세대가 함께 소통하는 파란불 가득한 사회를 위해 각 세대에게 몇 가지 노란불을 ‘제언’해 봅니다.
먼저, 고령의 세대에게 전해드리는 건 ‘인정하기’입니다.
다른 세대가 나의 세대를 비하하는 말들에 무조건 반사적으로만 반응하지 말고, 우선 받아들이고 다른 세대 입장이 돼 생각해보는 겁니다.
가령 MZ세대인 자식, 또는 부하직원에게 ‘꼰대’라는 소리를 들었다면, 받아들임과 동시에 그들이 생각하고 말하는 꼰대의 특징은 무언지 찾아봅니다. 혹시나 본인이 그 특징에 해당한다면 인정하고 ‘보강’해 나가면 됩니다.
다음, 젊은 세대에게 전하기에 앞서, 며칠 전 저의 55살 연상 그녀와 있던 일화를 소개합니다.
거실에서 몇 번을 껄껄대고 웃다 통화를 마친 할머니. 도대체 나 말고 누가 할머니를 저렇게 즐겁게 만들었나 궁금해,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누구 전화야 할머니?” 그러자 할머니는 “내 동생”이라고 답했고, 저는 놀라 되물었습니다. “아니, 할머니 동생이 있었어?”라고요.
제 질문에 그녀는 “그럼 있지? 부천 사는 내 동생”이라고 답했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할머니와 단둘이 13년을 살았는데도 몰랐던 사실을 14년이 된 지금에서야 알게 됐으니까요.
저는 이 충격이 당연함이란 이기에서 비롯됐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간 당신의 손자는 ‘밥 먹었어?’, ‘어디 아파?’, ‘이것 좀 먹어’, ‘요즘 무슨 일 있어?’와 같은 말을 매번 듣다 보니, 그렇게 받는 입장이 당연한 줄로만 알았던 겁니다.
이 맥락에서 저와 같은 젊은 세대에게 전할 내용은 ‘관심 두기’입니다.
많은 고령자가 우리 MZ세대를 주목합니다. 젊은 우리가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역이라서죠. 그러면서도 역설적인 것은 ‘고령자들이 우리의 미래’라는 겁니다.
그러니,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젊음이란 위치를 당연시하고, 고령자들을 배척하기보다, 그들이 우리에게 갖는 관심만큼, 그들에 대해 알아가는 노력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성남시가 고령사회(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전체 인구의 14% 이상)에 처음 진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문득 성남이란 도시를 생각해봤습니다.
작년까지 할머니와 수정구에서 지낸 13년, 동네에서 만날 때마다 절 따뜻하게 대해준 할머니 지인을 포함한 여러 어르신, 또 어렸을 적 부모님과 중원구 단대오거리 근처에 살던 시절, 인사를 잘한다고 야구 글러브를 선물해준 경비 할아버지까지.
이렇듯 성남은 제가 많은 어르신과 함께했던 기억이 가득한 곳이었습니다.
저의 기억대로 성남은 앞으로도 세대가 소통하는 행복한 도시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시민 모두가 새해에 ‘노란불’을 기억하길 소망해봅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