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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초와 함께 봄을 만나다

신구대학교식물원서 ‘蘭草, 봄날의 향기’ 사진전 열려.. 3월 18일~5월 9일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3/18 [23:3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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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드럽고 햇살이 따사로워 어디라도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커지는 요즘, 신구대학교식물원 갤러리 우촌전시관에서 '난초, 봄날의 향기'라는 반가운 사진전이 열렸다. 이번 사진전에는 신구대학교식물원이 소장하는 난초 사진작품 50여 점이 소개됐다. 

 


난초는 땅에 뿌리를 내려 자라기도 하지만 바위나 나무등걸에 붙어 자라는 종류도 있다. 나무등걸에 붙어 자라는 거미난초는 길이가 3cm 정도로 작다. 나무등걸에서 흘러나오는 물과 공기 중의 수분에 의지해 자란다.

 

난초과 식물의 종류는 대략 2만~2만5천 종으로 추정하는데 종자식물 전체수의 약 6~11%를 차지한다. 봄을 알리는 꽃으로 알려진 보춘화(춘란)부터 초겨울의 한란까지 사계절 꽃을 피우고 일 년 내내 푸르른 잎을 감상할 수 있어 원예종으로도 인기가 높다.

 
▲ 난꽃의 특징. 자료 출처: 강법선, 『동양란입문』, 1993. 윤경은‧이소영, 『세계의 난』, 2011  © 비전성남

 

난꽃 안의 소취는 예주 안에 있는 암술과 수술 사이를 가로막아 자가수분을 방지하며 끈끈한 액을 분비해 꽃가루덩어리가 매개곤충에 붙어 다른 꽃에 이동하는 것을 돕는다.

 

꽃을 세로로 잘랐을 때 좌우로 동일한 모양인 난초과 식물들은 단자엽식물 중 가장 진화한 식물이다. 곤충의 착지장소가 되는 난초의 입술꽃잎은 곤충의 가루받이를 도와주는 곤충에 따라 다양하게 진화해 모양과 크기와 색깔이 각양각색이다.

 

복주머니 난초의 경우 같은 종류의 복주머니난초인데도 복주머니 모양이 각양각색이다. 매개곤충의 몸집 크기나 매개곤충이 볼 수 있는 파장에 따라 주머니의 크기와 색깔이 달라진 것이다.

 
▲ 복주머니난초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     © 비전성남

 

난초과(Orchidaceae) 식물은 깊은 산중에 홀로 피어나 멀리까지 향기를 발산해, 예부터 유교의 이상적 인간상인 군자에 비유되며 널리 사랑받아온 식물이다. 공자는 깊은 골짜기에 홀로 무성하게 잘 자란 향기로운 난초를 보고 시대를 만나지 못한 현자와 같다고도 했다.

 

그런데 아침 햇살을 충분히 받고 난 이후부터 향이 나기 시작하는 난초의 향기 또한 매개곤충에 따라 다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잠자리난초     © 비전성남

 

이번 전시에서는 꽃 모양이 옛날 요강을 닮은 광릉요강난, 복주머니처럼 생긴 꽃을 가진 복주머니난, 입술꽃잎이 풍선같이 부푸는 특징을 가진 풍선난초, 꽃의 모양이 잠자리가 날개를 펼친 모양을 닮은 잠자리난초 등이 소개됐다. 하얀색 꽃이 유령처럼 보인다는 유령난초도 볼 수 있다.

 
▲ 유령난초     © 비전성남

 

안타깝게도 급격한 서식지 감소와 무분별한 남획 등으로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식물 88종 중 28%인 25종이 난초과 식물로 알려질 정도로 깊은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 난초의 특징을 설명하는 신구대학교식물원 전정일 원장     © 비전성남

 

신구대학교식물원 전정일 원장은 “이번 사진전은 귀하고 신기한 난초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제가 30여 년간 식물을 공부했지만 이번 전시회에 소개된 귀한 난초들 중 10여 개밖에 보지 못했지요”라고 말했다.

 

전 원장은 다양한 크기와 모양과 색깔을 가진 난초의 입술꽃잎을 자세히 살펴보며 관람하는 것을 추천했다.

 
▲ 광릉요강난     © 비전성남

 

전시된 사진들은 야생화 전문 사진작가인 문순화, 이경서, 故 송기엽 선생 등이 제주에서 백두까지 한반도 곳곳에 자라는 난초를 생생한 사진으로 기록한 소중한 작품들이다.

 

이경서 작가는 제주도를 근거지로 삼아 평생을 난초사진에 바쳤다. 멸종위기식물의 사진으로 유명한 문순화 작가는 멸종위기에 처한 많은 난초를 앵글에 담아 전시회에 선보였다. 야생화 사진을 개척한 故 송기엽 선생은 2017년에 평생 촬영한 자생생물 사진 4만여 장을 신구대학교에 기증해 교육자료나 전시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작가다.

 

전 원장은 세 작가의 난초 사랑과 난초에 대한 열정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복 있는 자리라고 이번 전시의 의미를 소개했다. 

 
▲ 풍선난초     © 비전성남

 

봄나들이로 친구들과 함께 구미동에서 왔다는 관람객은 “난초가 이렇게 다양하고 예쁜 꽃을 피우는 줄 몰랐는데 이번 전시회를 통해 알게 됐어요. 난초를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어졌습니다. 풍선난초를 처음 봤는데 정말 예쁘네요”라며 신기해했다. 

 

 

'난초, 봄날의 향기' 사진전에서 다양한 난초를 감상하며 코로나19로 인해 지친 몸과 맘을 달래고 에너지 충전의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은 봄맞이가 될 것 같다. 이번 전시는 3월 18일(목)부터 5월 9일(일)까지 이어진다. 

 

아울러 신구대학교식물원에서는 봄볕이 가득한 식물원 마당으로 초대하는 2021 봄꽃전시 ‘봄을 담은 소담한 정원’(4월 4일까지, 중앙광장)에서 수선화, 앵초, 히야신스 등 찬란한 봄의 빛깔을 만날 수 있다.  

 
▲ 2021년 봄꽃 전시 ‘봄을 담은 소담한 정원’     © 비전성남

 

문의: 신구대학교식물원 홈페이지(www.sbg.or.kr) 참조

전화: 031-724-1600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