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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전통시장 사람들(2)

  • 관리자 | 기사입력 2010/09/15 [10:1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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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가족애가 살아 숨 쉬는 상대원시장

밀가루와 생선살, 옥수수, 당근, 깻잎 등을 버무려 20년 동안 즉석에서 오뎅을 만들고 있는 ‘즉석오뎅’ 은 주인 고모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4년째 수련 중인 조카 김상민(31) 씨로 인해 활력이 넘친다.
“맛있게 드시고 많이 찾아 주시면 저희는 감사하죠. 시장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기보다는 저희 집을 찾아 주시는 분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최고의 품질을 최저의 가격으로 받고 있어요. 10년 전 가격 그대로에요.”
그는 매주 원다방에 사연을 올리며 곡 신청을 하는 총각 애청자다.

‘인터넷보다 똑똑한 엄마의 안목으로 골라 드려요. 부흥상회’ 간판 글귀대로 30년 동안 주방용품·생활용품을 판매하는 부흥상회는 조길연(57)·이봉효(55) 잉꼬부부의 가게다. “애 둘을 여기서 길렀는데 이제 시집, 장가 가야할 때가 됐어요. 우리 청춘을 이곳에 묻었어요. 동네 사람들도 이곳에 와야 제대로 된 물건이 있다고 했지요. 한때는 돈도 많이 벌었지만 이제 돈에 대한 욕심은 버렸어요. 임대료와 전기세를 낼 만하면 계속하고 싶어요.”
잉꼬부부의 비결을 물으니 “옛날에 장사가 잘 될때는 많이 싸웠어요. 서로 자기가 일을 더 많이 한다고요. 이젠 일이 없어 싸울 일도 없고 사이도 좋아요”한다. 대형마트의 등장으로 제일 심한 타격을 받은 곳 이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20년 경력의 실전 경험이 쌓인 남편 박준봉(37) 씨와 제과 제빵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아내 김수정(31) 씨가 알콩달콩 내일의 꿈을 키우는 쿠게루프빵집. 좋은 재료를 사용해 직접 만들고 당일 판매까지 끝내는 수제빵집이다. 방부제는 전혀 사용하지 않고 케이크도 하루 전에 주문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뽀로로와 도라에몽 등 캐릭터 케이크로 만들어준다. 저녁에 재고로 남은 빵은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함께하는 주부모임’에 기증하는 아름다운 가게다.

“우리 시장의 자랑은 방송국이죠. 방송이 없는 날은 어색해요. 이곳은 도심 속시골이에요. 사람들도 인정 많고 시골스럽죠. 치킨 기름만큼은 성남 최고로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한다고 자부해요.” 바쁘게 피자와 치킨을 판매하는 시장피자&찬찬치킨의 김연호(50)·이성경(48) 부부가 한 목소리로 말한다. 2마리를 사도 메이커치킨의 한 마리 값밖에 안 되기 때문에 기자도 나눠먹으려고 2마리를 샀다.



“좋은 기름과 고춧가루를 만들려면 엄선된 재료, 좋은 기계, 청결, 만드는 사람의 노하우, 즉 정성과 혼이 깃들어야 해요.” 37년 평생을 기름 짜고 고춧가루 빻는 한우물만 팠다는 쌍둥이 고추 기름집의 박헌수(65) 씨, “경아” 하고 부르면 “아! 네네~” 하고 달려와서 돕는 아내 김청술(61) 씨 덕분에 부부가 하는 일은 말 없이도 손발이 척척 맞다. 상대원3동에 사는 주부 최유미 씨는 “참기름 맛이 좋아서 결혼 후 6년째 단골”이란다. 
“재래시장을 이용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항상 준비돼 있고 한 번만 먹어보면 단골이 됩니다.” 주인의 힘찬 말 속에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전해진다. 자외선 살균이 되는, 중금속 발생 없는 고추기계를 사용하기에 기자도 즉석에서 태양초 한 근을 빻고 들깨가루를 샀다.

상대원시장에는 오랜 세월 비와 바람에 젖으며 자기 자리를 묵묵히 지켜온 상인들이 있었다. 30년 넘게 시장에 있다 보면 이제 떠날 날만 기다릴 법도한데 그들은 모두 그곳에 있는 것을 감사해했고 앞으로도 시장에 남기를 원했다. 도종환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 삶이다.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부부가 같이 가족의 이름으로 가게를 지키고 있고 상인들이 모인 더 큰 의미의 가족은 상대원시장이라는, 정 많은 공동체를 꾸려나가고 있었다.

구현주 기자 sunlin-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