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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한여름 숲의 멋쟁이, 사향제비나비가 살아가는 비법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7/23 [12:4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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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보통의 나비들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분주하게 꽃들 사이를 날아다닌다. 그런데 눈에 띄는 강렬한 색깔을 지니고 무척 느릿느릿 움직이며 꽃 위에서 여유로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큰 나비가 있다. 사향제비나비다. 자세히 알아보면 사향제비나비의 여유로움엔 나름의 이유가 숨어 있다.

 

식물들은 씨앗을 맺기 위해 곤충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그러나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자신의 잎을 갉아먹는 곤충들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물질을 만들어 자신을 지키곤 한다. 제라늄은 곤충들이 싫어하는 향기를 발산해 곤충들을 쫓아낸다.

 

이질풀은 떫은 탄닌 성분을 잎 속에 가지고 있어 자신의 잎을 먹는 곤충들을 소화불량을 일으키게 하고 식욕을 떨어뜨리는 전략을 쓴다. 

 

또 쥐방울덩굴은 아리스톨로크산(aristolochic acid)이라는 독성분을 만들어 자신을 지키는 독초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사향제비나비는 쥐방울덩굴의 독성분을 역이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진화한 곤충이다.

 

사향제비나비는 호랑나빗과에 속하며 한여름인 7~8월에 걸쳐 우리 주변 풀숲에서 만날 수 있다. 날개길이가 41~55mm9에 달하는 대형나비다. 큰 몸집과 검은 날개가 제비와 닮았고, 수컷이 몸에서 특이한 냄새를 내뿜는데 이 냄새가 사향과 비슷하다고 해 사향제비나비라는 이름을 얻었다.

 

사향제비나비는 알을 낳을 때 알 표면에 독성분을 발라 쥐방울덩굴 위에 붙이고, 알을 깨고 나온 유충은 자신의 알껍데기를 먹는다. 그리고 독초인 쥐방울덩굴의 잎을 먹고 자란다.

 

자라면서 쥐방울덩굴의 독성분을 자신의 몸속에 축적하기 때문에 포식자인 새는 축적된 독성분을 품은 사향제비나비 유충을 잡아먹을 수가 없다.

 

사향제비나비는 유충일 때 체내에 쌓은 독성분이 성충이 된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체내에 쌓인 독성분이 자신을 지켜주므로 사향제비나비는 느긋하고 당당하게 꽃들을 오가며 서두르는 법이 없다.

 

박각시나방 유충이 천적의 공격을 피해 잎의 뒷면에 숨어 잎을 먹거나, 낮 동안엔 숨어 있다가 어두워지면 그제야 잎을 먹는 것과 비교된다.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색으로 위장하는 많은 곤충들과 달리 사향제비나비는 검은색에 붉은 반점을 가져 눈에 띄는 색상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으면 먹어보라는 듯이 새에게 경고색으로 자신을 과시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향제비나비는 다른 나비보다 나풀나풀 느린 날갯짓으로 유유히 하늘을 날아다닌다. 이 또한 다른 나비로 오인해 먹히지 않도록 일부러 눈에 띄게 해서 독성이 있는 나비라고 새에게 알리는 몸짓이다.

 

7월 말부터 8월에 걸쳐 남한산성이나 주변 숲에서 성충이 된 사향제비나비를 볼 수 있다. 자신을 차단하고 방어하기 위해 만든 식물의 독을 오히려 활용해 환경에 잘 적응한 사향제비나비의 생존 비법에 새삼 관심이 생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인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 우리도 사향제비나비처럼 주어진 상황을 잘 극복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가 미래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