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기획·전통시장 사람들(3)

  • 관리자 | 기사입력 2010/10/21 [11:30]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국내 최대 민속장터 모란민속 5일장

‘성남시’하면 당신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지난 6월 24일~7월 9일 성남시가 성인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모란민속5일장’이 59.3%로 가장 많았고 남한산성, 분당 등의 순이었다.

2014년경에는 성남을 대표하는 모란민속5일장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이다. 현재 모란민속5일장이 서고 있는 성남동 1864번지 일원은 성남여수지구 국민임대주택단지 택지개발계획에 따라 도로로 회복되고, 장터는 인근 4747번지로 이전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4·9일 장날에는 세계적 관광형 시장으로 육성하고 장이 서지 않는 날에는 차별화된 복합 문화공간으로 조성될 것이다. 지하를 주차장으로 만들어 주차불편을 해소하고, 카드사용으로 구매를 용이하게 하는 한편, 수유시설·탁아시설·비가림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춘 전국적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상인회는 화훼, 잡곡, 의류, 잡화, 수산물, 야채, 고추, 애견, 가금류, 약재, 먹을거리, 신발, 기타 13개 부서로 나뉘어 95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15년 동안 해마다 홀몸노인들을 위해 1천만 원 상당의 김장재료를 지원하고 있다.

 
최정택(59·이매동) 상인회 회장은 모란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상인 스스로 친절, 봉사에 주력하며 청결한모습을 갖추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주말장은 10만 명, 평일장은 5만명이 방문하는 장터에는 전통시장 통합 BI디자인을 적용한, 시가 제공한 앞치마와 모자, 명찰을 착용한 상인들이 분주하게 고객을 맞고 있었다.

모란장에 들어서면 고객들이 구입하는 물품 1위에 오른 화훼부가 있고 인정 많은 김풍조(66) 씨를 만나게 된다. 고향 목포를 뒤로하고 1970년에 성남으로 이사와 모란장이 들어서면서 화훼업을 시작한 그는 “모란장에서 장사하는 것이 매우 재미가 있어서 이때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을 접한다는 것이 정말 좋고, 또 요즘같이 큰 쇼핑센터에서는 재래시장만의 정취를 느낄 수 없어요. 여기는고향에 대한 향수가 있잖아요.” 늘 싱글벙글 웃는 주인의 모습에 나무들도 생기가 넘쳐 마구 팔려 나간다. “콩고, 마리안느, 밤의 향기 제왕이라는 뜻의 야래향을 권해요. 공기 정화나 음이온 생성에 좋아요.”겨울에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나무라고 권한다.

햇찹쌀이 가을햇살과 만나 참기름을 바른 듯 윤기가 흐른다. 20년째 잡곡류장사를 하는 김현순(56·성남동) 씨 가게에는 오랜만에 놀러온 단골들이 주인과 얘기하고파 기다리고 있지만 장사가 바빠 대화를 나눌 틈이 없다. 장이 쉬는 날에는 강원도 횡성, 홍천, 광천, 예산 등 좋은 잡곡이 나는 곳을 찾아 전국을 다닌다. 둘째가 서울대에 합격해서 상인회에서 현수막도 붙였다고 한다. “단골 고객들이 다시 찾아주고 애들이 잘 크니까 장사할 힘이 나요.” 상인들의 힘의 원천은 가족과 단골들이었다.

생선가게 중 제일 활성화된 가게를 운영하는 이재형(47·금광2동) 씨는 한시도 쉴 틈이 없다. 칼놀림이 예사롭지 않은 그도 처음부터 장사를 한 건 아니었다. 모란장을 지키던 아버지가 9년 전 앓아누운 후부터 자신이 도맡아하고 있다. 어머니, 동생 가족이 총출동해 손발이 착착 맞다. 손님이 끊이지 않는 비결을 살짝 물었더니 “오로지 열심히 하고 친절하면 됩니다”라는 답이 들려온다. 사람들도 평범한 진리를 모르는 게 아니지만 행동으로 이어지는 그의 실천력이 감동을 준다.

“강원도 정선 태양초예요. 요거는 경상도….” 이민상(53·상적동) 씨가 포대 마다 가득한 고추들을 보며 산지를 설명하는데 “지난 장날 외상값 갚으러 왔어요” 하며 7년째 단골이라는 손님 소순녀(상적동) 씨가 왔다. 외상장부는 없다. 하지만 상인은 손님을 믿고, 손님은 외상을 마다않는 주인이 고마워 단골이 돼 돌아온다.

말티즈·요크셔테리어·미니핀·푸들 종이 제일 잘 나가는 애견부. 김희환(55·수진동) 씨는 “애견을 키울 때는 관리를 잘할 수 있는 지식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양하는 가정집에서 연락이 오면 직접 새끼를 가져오기 때문에 싸다고. 잘 놀고 잘 먹고 잘 싸는 놈들만 골라 장에 가져오고 그날 가져온 건 그날 다 팔려고 한다. 종에 따라 6만 원에서 20만원 선이다.

이북에서 피난 와서 20년간 모란장을 지키며 약재를 팔고 있는 김경석(69·상대원동) 씨. 육지에 있는 장은 물론이고 울릉도를 비롯해 장이 선다는 섬도 다가 봤다는 그도 모란장이 제일이라고 말한다.

30년째 강정 만드는 일을 평생 직업으로 여기고 사는 즉석강정집, 설탕을 사용하지 않아 지나치게 달거나 딱딱
하지 않다.

자식들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게 좋다는 인심 좋은 수현이네 국수집….

모란장을 찾는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통5일장의 정취가 느껴져서’가 59%로 1위였고 ‘상품이 다양해서’가 50%로 2위였다. 재방문 의향에 대해서는 98.2%의 고객들이 다시 방문하겠다는 의사를 밝힘으로 더욱 활성화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고 볼 수 있다.

어릴 적 추억이 자꾸 생각나고 우리의 마음이 고향으로 달려간다면 모란장에 가보자. 사람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가 어른들에게는 고향의 그리움을 달래줄 것이고 아이들에게는 사람냄새 나는 따뜻한세상을 바라보는 산교육이 될 것이다.

구현주 기자 sunlin-p@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