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문화재단이 매해 새롭게 기획해 진행하는 성남의 얼굴展이 올해도 우리를 찾아왔다.
2021 성남의 얼굴전 <Beyond Time & Space>는 영원한 안식처인 ‘집’을 주제로 11월 14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성남을 중심으로 작업 중인 12명의 작가가 참여해 ‘집’이라는 개념을 다시 환기해보고, 인생의 시간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집’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전시관 입구 김을 작가는 1970년대 천막집을 재현해 시대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작가의 작품으로 가득 찬 개인 아틀리에 속으로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도록 작품을 구상하고 관람객을 맞는다.
손승희 작가의 작품은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시킨다. 색유리로 지어진 집은 삶의 소중한 추억 조각들로 지어진 빛의 온실 같다. ‘우리 모두가 하나의 빛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는 작품설명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강준영 작가는 사랑, 행복, 슬픔, 분노 등 여러 가지 감정들이 응축되어 뒤섞여 있는 집이라는 공간을 어렵고도 흥미롭다고 표현했다. 노란 층마다 배치된 희극적 요소와 비극적 요소를 담은 다양한 오브제가 다분히 풍자적이다.
실제로도 캠핑을 즐긴다는 김호민 작가는 전시장에 캠핑장을 재연했다. 텐트 안에는 작가의 자화상과 자전적 스토리를 놓고, 벽면에는 `세한도’를 그려 팬데믹에 지친 관객들에게 조선의 그림을 빌어 전통과 현재가 교차하듯 해학적인 표현을 의도했다.
글자를 패턴화한 그림들과 화분, 숟가락, 젓가락 등 일상의 물건들이 그대로 녹아 존재가치를 드러내는 조선화 작가의 작품도 현대적이고 진솔하게 다가온다.
한영숙 작가의 시간과 인생에 대한 미디어아트들은 때론 몽환적이고 때론 현실적이다.
유화수 작가의 4개의 터널로 이어진 길 내부를, 움직이는 카메라로 찍어 송출하는 <Injury time>은 움직이는 차 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처럼 소요되는 시간과 지나치는 공간이 중첩되면서 외롭기도, 지루하기도, 정겹기도 한 분화된 감정을 부른다.
정보영 작가의 스며드는 빛에 따라 변화되는 건축물의 모습이나 실내에 밝혀진 가냘픈 조명의 회화작들은 신비한 색감과 구도로, 관람객의 시선을 빼앗아 공감각적인 아름다움에 몰입하게 한다.
공공예술창작소 입주작가인 송하나 작가의 일상 속 음식물로 구성된 꽃과 사람의 모습이 들어간 나비들을 전시로 만나게 되니 무척 반가운 동시에 색다른 느낌이다.
남동호 작가는 성남에서의 어린 시절을 흑백사진 같은 인물들로 재현해 그 시절의 많은 이야기를 담은 빛바랜 추억들로 소환한다.
참여 작가 중 가장 젊은 이찬주 작가의 컬러풀하고 입체적인 건물들과 달을 향해 날아가는 집을 매단 열기구는 꿈과 환상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다.
조각가인 김양선 작가는 오랫동안 수집한 폐목재와 철거 현장에서 가져 온 문짝, 창문틀 등을 이용해 시간과 시간을 잇고, 가족의 따뜻함을 일깨우는 소중한 공간인 집으로 탄생시켰다.
8·10 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50주년을 맞는 올해 우리가 사는 집은 코로나라는 외부의 위기 상황으로부터 보호와 안정을 주는 공간으로 그 가치를 더하고 있다. 그만큼 ‘집’이라는 공간은 그때도 지금도 우리에게 ‘생존을 위한 공간’을 넘어 ‘안정과 휴식을 주는 안식처’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2021 성남의 얼굴전 <Beyond Time & Space>가 고된 삶의 여정 속 ‘집’의 소중함을 깨닫고, 삶의 파도를 넘고 있는 모두에게 위로와 공감의 시간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본다.
취재 양시원 기자 (seew2001@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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