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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백배 즐기기/ 가을산행 청계산(2)

  • 관리자 | 기사입력 2010/10/21 [14:3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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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골 → 이수봉 → 국사봉 → 한국학중앙연구원

바람은 가을빛에 섞여 있는 여러 가지 것들을 곳곳으로 나르기에 바쁘다.
자연에게는 색색들이 물감을 날라 한 폭의 수채화를 그리게 하고, 인간에게는 센티멘털한 감성을 나른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골이 깊어진 가을이다. 지난 호에 이어 다시 한 번 청계산으로 향한다.
이번 호에는 옛골을 들머리 삼아 오르지만 청계산의 특성상 여러 갈래로 나눠져 있는 길 중 옛골 → 이수봉 → 국사봉 → 한국학중앙연구원을 향해 찾아든 가을 산길을 안내한다.

옛골에서 정토사(사찰)를 지나쳐 20여 분을 걷다 만난 숲은 해가 들지 않을 정도로 무성하고 그윽한 나무그늘이 드리워진 산길로 내어져 있다. 그래서 이곳의 이름이 ‘어둔골’인 모양이다. 가을 단풍들이 거울삼아 들여다보고 있는 계곡물을 따라 작은 폭포도 지나 30여 분을 오르니 천수샘이다. 

이곳에서 목을 축여야 이수봉을 향하는 깔딱고개를 무난하게 넘을 수 있다. 계단식 오르막길의 연속이다. 산책하듯 콧노래를 부르며 왔는데 이제 숨이차오른다. 오르막 계단을 올라 키가 큰 철쭉나무들이 좀 이르게 옷을 벗고 있는 모습들을 지나치니 이수봉(545m) 정상이다.

왼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정면으로 맞으며 걷는다. 방금 어느 잎새인가 물들이고 왔을 바람의 향기가 느껴진다. 국사봉까지 이어지는 길엔 떡갈나무·물푸레나무·팥배나무·굴참나무들이 즐비하다. 이들 나무 중 누군가 성질 급하게 벗어놓은 낙엽으로 인해 푹신한 발걸음으로 30여 분 동안 오르막과 내리막의 리듬을 타듯 걷다 보니, 고려가 멸망하고 조선이 세워지자 청계산에 은거했다는 고려의 충신, 송산 조견(조윤·1351~1425) 선생이 멸망한 나라를 생각하던 곳이라 해 붙여졌다는 국사봉(540m)에 다다른다. 안양과 평촌, 저 멀리 수리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나무계단이 9부 능선으로 이어져 있는 길을 선택해서 걸어야 목적지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갈 수 있다. 산행을 할 때 오르막길보다 내리막길이 더 위험하고 몸에 무리가 간다는 사실을 꼭 염두에 두고 걸어야 할 길이다. 

바위길이 이어져 있어 조심해야 하고, 하늘에 닿은 듯한 착각이 일게끔 늘씬하고 키 큰 나무들 사이로 호젓하고 고즈넉한 길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길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는 길이다.

“ 안녕하세요!”, “ 네, 안녕하세요!” 언제 만났던 사람인가, 아니다. 오늘 처음으로 만나는 사람이 먼저 인사를 건넨다. 마치 오래전부터 인연이었던 사람인양 따라 인사를 나눈다. 산행을 하면서 느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콸콸콸… 졸졸졸…. 자연이 빚어낸 냇물과 폭포 소리를 들으며 걷다 보니 한국학중앙연구원 입구에 도착한다. 

산행일이 금요일이라면 한국학중앙연구원 투어 프로그램 ‘구름마을 산책’(문의 709-4412)에 참가해 한껏 더한 운치에 젖어보는 것도, 운중동의 전통이 배어있는 손두부에 막걸리 한 잔 마시는 것도 가을을 보내는 서운함을 달래는 방법이 될 것 같다.

이번 산행 길 교통편 또한 모란역 5번 출구에서 11-1번 금토동 행 버스에 승차해 옛골 입구에서 하차하면 되고, 돌아오는 길은 운중동 버스정류장에서 수정·중원·분당구를 향하는 다양한 교통편이 있다.

윤현자 기자 yoonh11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