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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기억을 두다, 그리움이 쌓이다

추억과 일상이 이어지는 수내3동, 신해철거리와 푸른숲전원마을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9/29 [09:4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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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을길     ©비전성남

 

 

2018년, 성남시는 N.EX.T의 신해철이 생전에 음악을 만들던 작업실을 리모델링하고 그 주변을 신해철거리로 꾸몄다.

 

160m의 길지 않은 거리, 자신의 이름으로 불리는 거리 가운데 앉아 신해철은 노래를 부르고 있다. 비가 오던 날에는 그는 어떤 노래를 불렀을까. 느티나무 한 그루마다 노래비가 세워져 있다.

 

그 노랫말을 흥얼거리며, 돌판에 새겨 넣은 그리움에 관한 추모의 글, 생전 그가 남긴 어록을 읽으며 거리를 걸었다. 비가 내려서일까? 글로 읽는 노래는 음으로 듣는 노래보다 더 입체감 있게 다가왔다.

 

▲ N.EX.T의 첫글자 n을 형상화한 상징게이트     ©비전성남

 

▲ 마왕, 신해철을 그리는 팬들의 마음이 복도에 가득하다.     ©비전성남

 

신해철거리 입구를 지나 계단을 오르면 신해철의 음악작업실 이정표가 보인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20m 걸으면 작업실이다. 서재와 전시실, 복도, 음악작업실에 신해철에 대한 기억을 담아뒀다. 그가 읽던 책, 공연 의상과 악기에서 그의 작업하던 모습이 그려진다.

 

마왕, 신해철이 말을 건다. “내 노래 듣고 가”라고. 노래를 직접 들어 볼 수 있는 자리도 있다. 그를 추억하며 그에게 마음을 전할 수도 있다.

 

“당신을 영원히 그리워할 것입니다.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ㅠㅠ”라고 그에 대한 그리움, 그와의 소통이 복도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다. 신해철거리 홈페이지 또한 팬들의 방문이 여전하지만 현재 음악작업실은 코로나19로 인해 휴관 중이다.

 

▲ 거리에 수놓아진 추모 블록과 노래 가사 안내판     ©비전성남

 

▲ 음악작업실     ©비전성남

 

▲ 공연의상     ©비전성남

 

비에 젖은 동네는 맑은 날과 다른 색을 띠었다. 검은색은 더 검게 푸른색은 더 깊은 푸름으로 물들었다. 신해철거리가 있는 동네는 맞은편 아파트 단지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마왕의 거리를 지나 직진하니 키 큰 메타세쿼이아가 줄지어 서서 산과 마을 주택가의 경계를 표시하듯 서 있다. 나무가 주는 안정감이 동네를 감싸고 있는 듯하다.

 

주택이 줄지어 있는 곳을 따라갔다. 맞다, 산이 있었다. 불곡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자연의 생기(生氣)는 도시의 활기와 달라 조용하면서도 힘이 있다. 산길 입구 식당에 모여앉은 사람들의 모습이 마을 분위기를 한층 밝고 정겹게 했다.

 

신해철거리 근처 수내고등학교를 따라 오르는 길에 있는 마을버스 정류장 이름이 ‘푸른 숲 전원마을’이다. 동네와 정말 잘 어울리는 이름이다. 동네에 사는 주민들도 마을 분위기를 정답게 만들고 있는 것 같다.

 

키 낮게 설치된 담장, 담장 안 자투리 공간에선 소박하게 피워낸 꽃이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민다. 대추가 익어가고 감이 물들어간다. 가을의 결실이 이뤄지고 있었다.

 

10월, 마왕 신해철 타계 7주기를 맞이하며 그가 머문 자리를, 거리를 돌아보며 여전히 흐려지지 않은 가수 신해철을 다시 한 번 그려봤다. 그를 통해 꿈을 꾸고 공감을 이루고 위로받으며 기뻐했을 팬들의 기억과 함께.

 

더불어 산을 느끼고 꽃을 가꾸고, 울고 웃으며 삶의 기억이 쌓여가는 거리에서 ‘삶의 기억이란 그것을 만들고 느낀 사람들의 것을 넘어 함께 어우러졌던 우리의 추억과 그리움이 합쳐진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 신해철 동상과 가벽 포토존     ©비전성남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