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독일 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 「트리스탄」은 현실세계와 예술세계의 갈등을 묘사한 작품으로, 요양원을 배경으로 등장하는 세 인물, 작가인 슈피넬, 부유한 상인인 클뢰터얀, 젊고 아름답지만 병약한 클뢰터얀 부인의 관계를 통해, 대비되는 두 세계의 갈등, 예술을 통한 교감을 그려낸다.
특히 슈피넬과 클뢰터얀 부인 사이에 이루어지는 예술적 교감은 클뢰터얀 부인이 연주하는 바그너 오페라<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대한 상세한 설명으로 전달되는데, 이번 달 소개하려는 음악이 바로 이 작품,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다.
삼촌인 왕을 대신해 신부가 될 공주 이졸데를 데려오던 중 운명의 장난처럼 사랑의 묘약을 나눠 마시고 이졸데와 사랑에 빠지는 트리스탄의 이야기인 중세 유럽의 전설을 바탕으로 작곡가 자신이 직접 대본을 쓰고 곡을 만든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노래와 음악에 치중한 기존의 오페라와 달리 음악과 드라마가 결합한 새로운 형식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페라’보다는 ‘악극’ 또는 ‘음악극(Music Drama)’이라는 명칭으로 불린다.
귀를 사로잡는 아리아보다 드라마와 인물 심리 변화에 집중하는 바그너의 오페라는 클래식음악 전문가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감상하기에 쉽지 않은 작품이다. 게다가 드라마에 치중한 바그너의 오페라들은 그 길이도 만만치 않은데, 3막으로 구성된 <트리스탄과 이졸데>는 4시간 가까이 되는 러닝타임을 갖는다.
다행히 바그너가 만든 콘서트 버전 <서곡과 사랑의 죽음(Liebestod)>은 20분 정도의 길이여서 무리 없이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정수를 느껴볼 수 있다.
오페라 전반적 분위기를 전달하는 서곡과 오페라 3막 끝부분, 트리스탄의 죽음 앞에서 이졸데가 부르는 피날레 ‘부드럽고 조용하게 미소 짓고’(‘사랑의 죽음’ 아리아)를 연달아 연주하는 콘서트 버전 외에도, 리스트가 편곡한 피아노 작품 <사랑의 죽음(Liebestod)>을 통해서도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진수를 부담없이 맛볼 수 있다.
19세기 폴란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카를 타우지히(Karl Tausig)의 피아노 패러프레이즈 3곡은 바그너 오페라를 색다른 분위기로 감상하기에 좋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책속선율 트리스탄’을 입력하면 관련 음악을 찾을 수 있다. 토마스 만의 단편 「트리스탄」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 『토니오 크뢰거·트리스탄 베니스에서의 죽음』에 수록돼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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