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를 보고 있으면 “지금 동의보감이나 다른 국보를 볼 수 있나요?”라는 전화를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아마 학교에서 주변의 박물관에서 국보나 보물 등의 문화재를 직접 보고 감상문을 쓰는 것을 과제로 내주었던 것 같다.
다행히 지정문화재를 전시하고 있을 때는 관람할 수 있다고 안내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실망스런 목소리에 죄송한 마음이 든다.
이번 가을은 지정문화재를 찾아 멀리 떠나지 마시라. 장서각의 지정문화재를 모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펼쳐진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설립 40주년을 맞아 장서각 소장 지정문화재 전체를 최초 공개하는전시가 개최된다. 국보 6건, 보물 30건 등을 포함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를 2021년 장서각 특별전 ‘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2021.10.22~12.17)에서 만나볼 수 있다.
『동의보감』은 허준 등이 선조의 명으로 중국과 조선의 의서를 집대성해 1613년(광해군 5) 간행한 의서다. 내과의 질병을 다룬 내경편, 외과의 질병을 다룬 외 형편, 그 외 잡병편, 약물에 관한 지식을 다룬 탕액편,침을 통해서 병을 고치는 방법을 담은 침구편 등으로 구성돼 있다.
장서각의 『동의보감』은 초판본 완질로 국보로 지정돼 있다. 한문으로 간행돼 내용을 모른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번 전시에서는 25권의 방대한 기록 가운데 약재 이름을 한글로 기록한 부분이 펼쳐져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월중도(越中圖)』는 정조 대에 단종을 기리기 위해 단종의 능인 장릉(莊陵)을 포함해 영월에 있는 유배지 자취와 그의 충신들과 관련된 주요 사적을 8폭으로 꾸민 화첩이다.
단종의 애달픈 사연은 잘 알려져 있지만, 숙종 연간의 복위, 영조와 정조 대의 영월에 남겨진 자취를 찾고 복원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림의 내용과 회화적 수준을 고려할 때, 정조에게 보고하기 위한 어람용으로 제작됐을 개연성이 높다. 단종의 유배지를 휘감은 물줄기 속 작은 배 한 척이 외부와 차단된 단종의 처지를 느낄 수 있게 한다.
『아국여지도(俄國輿地圖)』는 1879년(고종 16)부터 1884년(고종 21) 조러수호통상조약이 체결되기 이전에 무관 출신인 김광훈과 신선욱이 조선과 인접한 국경을 정탐한 후 고종에게 그 내용을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지도다.
지도에는 19세기 말 두만강 어귀와 연해주, 인근 청나라와 러시아의 지리, 인구, 조선인 거주 현황, 물산, 군영시설, 거리 등을 기입했다. 포시예트, 블라디보스토크, 항카호, 하바롭스크까지 길게 연결된 지도로, 당시 조선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빨갛고 파란 지붕과 바다에 떠 있는 거대한 범선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의 백미는 아마도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이지 않을까 한다. 원래 보물로 지정됐다가 올해 초 그 가치를 인정받아 국보로 승격됐다. 1694년(숙종 20) 개국공신에서 보사공신(保社功臣)까지 이십공신(二十功臣)의 신구 공신 및 자손을 거느리고 회맹제를 치른 후 이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한 회맹문서다.
남인과 서인의 환국으로 보사공신이 녹훈됐다 파훈되고 또 복훈되며 제작된 역사적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호화롭고 장대한 장황 및 그에 필요한 직물, 상아, 옥 등을 활용한 당대 최고의 공예기술이 이 회맹축에 집약돼 있어 문화재로서의 가치가 상당하다.
세로 약 0.9미터, 가로 약 24미터에 달하는 이 회맹축은 차마 다 펼쳐보이진 못하나 20미터 가량을 최초로 펼쳐 보여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할 것이다.
이 밖에 교서와 초상화 등 공신 관련 자료, 서계 박세당과 동춘당 송준길 등의 필첩,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직지심체요절』을 저본으로 해 간행한 『백운화상초록 불조직지심체요절』과 『월인천강지곡』을 포함한 불경 등 다양한 자료를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다.
책 속의 작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접했던 ‘조선왕조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의 실물을 처음 눈으로 봤을 때의 놀라움과 감동을 관람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INFORMATION 전시 안내 일자 2021. 10. 22 ~ 2022. 1. 21(월~토요일 09:30-17:30) 사전예약 연구원 누리집(aks.ac.kr)의 특별전 안내글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