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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흐르는 선율] 토마스 베른하르트 『몰락하는 자』 & 바흐 '골트베르크 변주곡'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0/25 [10:0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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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토마스 베른하르트의 『몰락하는 자』는 천재 예술가를 만난 후 그가 만들어내는 예술의 완벽성 앞에서 서서히 몰락해 가는 또 다른 예술가에 대한 집요한 고찰을 담은 작품이다.

 

소설 속 한 예술가를 파멸로 이끄는, 천재 피아니스트에 의해 연주되는 작품은 바로 바흐의 <골트베르크 변주곡>이다.

 

바로크 시대의 거장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의 건반악기작품으로, 2단 하프시코드(피아노의 전신인 바로크 시대 건반악기)에서 연주하도록 만들어진 곡이기 때문에 현대 피아노에서는 연주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주제인 아리아를 서른 번 변주한 후 다시 첫 주제인 아리아로 마무리하는 ‘주제-30개의 변주-주제’의 형태를 지니는데, 소설은 ‘아리아’라는 단어를 두 번, ‘골트베르크 변주곡’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서른 번 등장시킴으로써 <골트베르크 변주곡>의 형식을 음표가 아닌 언어의 형태로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골트베르크 변주곡>이 2분 정도 되는 짧은 주제를 ‘변주곡’이라는 형식에 따라 조금씩 변형시켜 1시간에 가까운 긴 작품을 만든 것처럼 소설 『몰락하는 자』도 사건이나 이야기 전개 없이 소설 시작과 함께 던져진 “오래전부터 계획된 자살”에 대한 화자의 “생각”을 조금씩 살을 붙여가며 반복해 160페이지에 달하는 작품을 만든다.

 

소설에서 “평생 불면증에 시달렸던 한 사람을 견딜 만하게 해주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으로 소개되는 <골트베르크 변주곡>은 실제로 병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이 많았던 한 백작을 위해 백작의 집에서 기거하던 하프시코드 연주자 골트베르크가 연주하도록 작곡됐다.

 

<골트베르크 변주곡> 감상을 위해서는 이 명곡에 도전한 많은 피아니스트들이 있지만 소설 속등장인물이자 실존했던 인물인 글렌 굴드의 음반을 추천한다.

 

글렌 굴드는 2개의 <골트베르크 변주곡>레코딩을 남겼다. 그의 데뷔앨범인 1955년 레코딩과 타계 1년 전 만든 1981년 레코딩이다. 글렌 굴드의 두 레코딩을 통해 소설에서 묘사되는 예술의 완벽함을 독자들도 느껴보길 바란다.

 

▲ 유튜브 연결    

 

※ 유튜브에 ‘비전성남 책속선율 몰락하는자’를 입력하면 관련 음악을 찾을 수 있다. 책 『몰락하는자』 보유 도서관은 중앙·분당·서현·수정·중원·판교·판교어린이·해오름도서관이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