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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공동주택 리모델링의 현황 및 의의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3/24 [00:4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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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삶을 담아내는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나름대로 발생, 성장, 성숙해 나간다고 한다. 즉 도시 공간은 나름대로의 Context를 형성하면서 변화해 가는 것이다.

 

우리나라 도시들은 과거 고도성장의 혼돈의 시기와 무분별한 개발을 뒤로하고 앞으로는 생태적으로 건전한 발전이 필요해 보이며,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새로운 건축문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기라 보인다.

 

이러한 시점에서 기존 건축물의 효율적 개선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되고 주거공간을 비롯한 재고건축물의 효율적 관리와 이용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는 가운데,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리모델링은 시기적으로 매우 바람직하다 볼 수 있다.

 

또 우리도 선진국으로서 도시공간에 적합한 환경개선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방안으로써 리모델링의 올바른 체계와 바탕을 정립해야 할 중요한 시점이지 않을까 한다.

 

리모델링은 건축물의 노후화를 억제하거나 기능 향상 등을 위해 대수선하거나 건축물 일부를 증축 등을 하는 행위로, 신축·재건축과 달리 기존 건축물을 허물지 않고 보존하면서 사용 중인 건물의 물리적 성능을 유지하는 한편, 사회적 성능을 개선하는 활동까지 포함한다.

 

또한 수익사업만이 아닌 노후된 건물을 비용을 들여 보다 나은 주거환경으로 만드는 사업으로, 기본적으로 재건축·재개발 같은 사업과는 차이가 있는 재정착률이 매우 높은 사업이다.

 

우리나라의 노후 건축물 현황은 2020년 말 기준 준공 후 30년 이상 된 노후 건축물이 전국 281만9,858동으로 전체(727만5,266동)의 38.8%에 이르며, 이 중 주거용건물의 비율은 48.2%에 달해 주거용 건물의 노후화가 심각한 상황이며, 세계에서 유례없이 아파트를 비롯한 공동주택을 대량으로 건설, 공급한 상황에서 더욱 그러할 것이다(※ 국토교통부 건축정책과, 2021.3.9. 보도자료-전국 건축물 총 7,275,266동/ 39억6천만).

 

노후화 속에서 건축물을 비롯한 안전에 대한 관심이 계속적으로 높아져 가는 추세다. 특히 근래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도 규모 5.4의 강진이 발생하면서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며, 국내 노후 건축물에 대한 내진성능 확보 등 재난 대비 필요성이 대두된다.

 

1988년 이후 내진성능 확보 기준은 점차 강화되고 있지만 이전 준공된 건축물에 대한 소급 적용은 재량에 맡겨져 있으며, 8,90년대 이후 대량 공급된 공동주택의 재난 방지를 위한 종합적 대안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안 중 하나로서 리모델링은 신축과 동일한 내진구조를 갖추게 됨에 따라 지진, 화재 등 재난으로 인한 불안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고 기존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질을 개선하는 활동으로 국민안전 보장, 슬럼화 예방등 공공에 기여하는 바가 큰 국민복지사업으로 볼 수 있겠다.

 

따라서 안전한 공동주택을 만들기 위해 신축 대비 저비용으로 실현 가능한 리모델링 사업을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환경 문제 및 자원 고갈 위기가 심화됨에 따라 저탄소 녹색성장이 화두로 대두되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건설 분야에서도 각종 탄소 저감 계획 등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는 등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제도 정비와 각종 친환경 기술개발을 추진해 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주장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은 신축건물에 치중되는 측면이 있는데, 온실가스 감축 등 친환경을 위해서는 기존 건축물의 효율적인 보전과 관리가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리모델링사업은 우리의 도시공간에 적합한 환경개선체계를 정립할 수 있는 방안이면서 에너지절감형 친환경 건축사업의 기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리모델링은 쓸데없는 자원 낭비를 줄인다는 점에서 어떤 건축행위와 비교해서도 훨씬 녹색성장 지향적인 사업이다. 단적인 예로 재건축 대비 폐기물을 90% 저감한다는 연구보고서가 있을 정도로 효과가 크다.

 

이처럼 리모델링사업을 통해 효율적으로 에너지 절감 건축물로 탈바꿈돼 녹색성장을 실현하고 주거환경 개선을 통해 삶의 질을 높임은 물론 일자리 창출과 국가의 미래 성장동력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의 실적 현황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우리나라 공동주택 리모델링사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많은 추진단지에 비해 준공단지는 15여 개 단지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더욱이 준공사례 이면에는 수많은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다가 지연되거나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했던 적도 있다.

 

정부는 리모델링사업 활성화를 위해 2014년 수직증축 허용, 세대수 증가 확대(15%) 등 사업성 증대를 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추진단지들이 다시 증가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제도 개선 이후 여러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으며, 특히 분당지역은 성남시의 지원 아래 추진이 활성화되고 착공예정인 단지들도 생겨나는 등 결실을 맺고 있다.

 

성남시는 공공지원단지를 선정해 계획설계 및 컨설팅 비용의 무상지원을 통해 조합을 설립할 수 있도록 해주고 있으며, 조합인가 후에도 안전 관련 비용을 무상지원하고, 사업추진비용도 기금을 조성해 융자해주는 등 지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리모델링시장의 활성화와 정착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안전 관련 절차나 비용의 과다, 신축에 기반한 사업계획승인제도의 도입 등 리모델링사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유관 법령 및 인허가제도, 지자체별 유연하지 못한 법 적용과 규제 등 정착되지 못한 제도 환경이 사업추진을 저해하고 있다.

 

리모델링사업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서는 사업추진절차에 대한 간소화와 필요 없는 규제와 의무를 과감히 완화하고, 리모델링만의 법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또한 취등록세, 부가세, 재산세, 양도세 등의 세제와 금융지원 부분에서도 리모델링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한 혜택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이러한 적극적인 제도보완과 지원 정책과 더불어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의 리모델링에 대한 국민적 의식이 확산된다면 리모델링 사업은 정착되고 활성화돼 성공적인 친환경 녹색성장의 일익을 담당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별기고: 신민수 부장(포스코건설 리모델링사업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