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를 짓던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음력 1월 15일)을 중요시했다. 풍요의 상징인 달의 모양이나 밝기 등으로 한 해 농사의 길흉을 점쳤고 달을 보며 소원을 빌었다. 그 달 속에 약방아를 찧는 토끼를 닮은 그림자가 있었으니 사람들은 달 속에 토끼가 산다고 생각했다. 토끼는 묘(卯)로 2월에 해당한다. 고서『설문(設文)』과『진서(晉書)』에 의하면 ‘2월은 흙에 덮여있는 만물이 땅 속에서 밖으로 나와 하늘을 향해 문을 여는 것’이며 ‘무성함으로 양기의 생을 받아서 번성한다’고 했다. 이처럼 토끼는 풍요와 번성의 상징이다. 자라의 꼬임에 빠져 용궁으로 가지만 토끼의 간을 먹어야 병이 낫는 용왕에게 간을 빼놓고 왔다는 꾀를 부려 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토끼는 분명 영리하고 지혜롭다. 입은 하나고 귀가 두 개인 토끼가 지혜로운 것은 큰 귀를 쫑긋 세우고 남의 말을 잘 들어주었기 때문은 아닐까. 우리 민족 4대 명절, 설 음력 1월 1일은 한식·단오·추석과 함께 우리 민족 4대 명절인 설이다. 조상을 숭배하고 웃어른께 효를 행하는 것에 기반을 둔 설날은 ‘새해에 대한 낯설음’이라는 의미와 ‘아직 익숙하지 않은 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한 신일(愼日)로 ‘삼가고 조심하는 날’, 원일(元日)·원단(元旦)·정조(正朝)·세수(歲首)·세시(歲時)·연두(年頭)라고도 한다. 설날의 유래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신라시대 원일(元日)의 아침에 서로 축하하며 왕이 잔치를 베풀어 군신을 모아 해와 달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고서의 기록으로 볼 때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조상들과 자손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설날의 풍속은 조상께 제사를 지내고 떡국을 먹고 봄을 맞이하는 뜻으로 데우지 않은 찬 술을 마시고 웃어른께 세배와 덕담, 복조리 걸기, 야광귀 쫓기, 윷놀이, 널뛰기, 머리카락 태우기 등 다양하다. 복조리 걸기는 복이 들어오라는 의미로 벽에 걸어 두었고, 조리가 쌀을 이는 기구로 그 해의 행운을 조리로 일어 얻는다는 뜻도 담겼다. 사람과 자연의 화합, 풍농 기원 농경을 바탕으로 한 우리 민족은 정월 대보름날, 달을 보고 한 해를 설계하고 운세를 점쳤으며 사람과 자연의 화합과 풍농을 기원했다. 풍농 기원의 뜻이 담긴 오곡밥과 복쌈, 먹으면 더위를 먹지 않는다는 묵은 나물, 귀가 밝고 좋은 소식만 듣는다는 귀밝이술 등을 먹었다. 또한 풍물을 치면서 집집마다 지신을 달래고 복을 비는 ‘지신밟기’와, 이름과 생년월일, 송액영복(送厄迎福)이란 글귀를 쓴 액 연을 띄워 저녁 무렵, 연줄을 끊어 멀리 날려 보냄으로써 한해의 액을 쫓고 복을 기원했다. ‘노달기’라고도 한 정월, 쉬면서 농사지을 준비로 가마니를 짜고 새끼를 꼬는 등 농기구를 만들고 수리했다. 또한 마을 공동체의식으로 동제(洞祭)를 지내고 줄다리기, 달집태우기, 쥐불놀이 등 농사와 관련한 다양한 놀이를 즐겼다. 줄다리기는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널다리 마을의‘쌍룡거(巨)줄다리기’가 유명하다. 집집마다 볏집을 추렴해서 만든 암줄을 황룡줄, 수줄을 청룡줄이라고 했다. 암줄은 부녀자와 어린이 총각이, 수줄은 기혼남자가 잡아 어깨에 메고 마을을 돌다 보름달이 중천에 뜨면 수줄의 머리를 암줄의 고리에 넣어 비녀를 꽂듯 통나무로 비녀목을 꽂아 두 줄을 연결하고 줄다리기를 했는데 암줄이 이겨야 풍년이 들고 재난이 없다고 믿었다. 줄다리기가 끝나면 탄천에 띄워 보내거나 태우는 액송의식(厄送儀式)을 치렀다. 곧 음력 정월이다. 농부가 농기구를 손질하며 풍농을 기원하듯 근신하고 삼가며, 남의 말 에 먼저 귀를 기울이는 지혜로 한 해를 설계한다면 약방아 찧는 토끼의 불사약이 희망이 되어 내려지지 않을까. 자료 : 국립민속박물관,『 돌마마을지』(성남문화원) 조민자 기자 dudlfdk@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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