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문화관광사업단 문화유산팀장 노현균 우리나라에는 국가지정으로 관리되는 성곽이 97개, 지방지정으로 관리되는 성곽이 165개, 비지정된 성곽이 1,920개로 총 2,182개의 성곽이 남한에만 존재하고 있다. 북한이나 중국에 있는 고구려의 성곽까지 감안하면 한민족은 가히 성곽의 나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양한 축성기법 간직한 남한산성 이 중에서도 통일신라 때 처음 축성한 남한산성은 시대별 축성기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미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수원 화성이 그간성곽의 장점만을 모두 반영한 결정체라면, 남한산성은 화성이 나오기 전까지 성곽을 쌓기 위해 선조들이 고민했던 기법을 간직하고 있다. 전체적인 성곽 모습을 보면 모두 비슷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옥수수 알갱이 모양의 통일신라 때 만든 성돌이 있는가 하면, 조선시대 인조때 만든 장방형의 성돌이 공존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같은 성돌이라도 구간별로 돌을 차근차근 약간씩 들여서 수평으로 쌓은 곳이 있고, 돌 자체를 뉘어 쌓은 곳이 있어 다양한 축성기법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 남한산성이다. 유일하게 성곽 전체를 전돌로 사용 남한산성의 성벽 위로는 적으로부터 몸을 숨기고 활이나 총을 쏘기 위한 여장(女墻)이라는 시설물이 있다. 남한산성의 여장은 전돌을 안팎으로 쌓고, 내부에는 돌과 흙으로 속을 채워 넣은 형태이다. 수원 화성은 중요시설부 여장에서 간혹 전돌 여장을 사용했지만 성곽 전체를 전돌로 사용한 경우는 2,200여개의 성곽 중 남한산성이 유일하다. 남한산성의 여장에 관한 기록을 보면 17세기 후반에는 1,343개, 19세기 중반에는 1,940개, 현재에는 2,010개의 여장이 있다. 이는 남한산성의 전돌 여장 역시 구조적으로 취약해 축성 이후 지속적으로 보수관리돼 왔다는 것을 말해준다. 영조 때에는 여장의 지붕을 기와로 바꿨다가 35년이 지난 정조 때에는 다시 전돌을 사용하는 등 산성을 유지 관리해 오는 과정에서 여장의 모습은 구간별, 시대별 기법의 차이를 담고 각기 다양하게 돼 있다. ‘전통 + 내구성’ 살리는 성곽 수리가 과제 이 중에서도 속채움 흙을 두텁게 하고 외부를 얇게 미장한 일부 구간은 원형보존을 원칙으로 하는 문화재보존 방법에 따라 기존의 방식으로 수리됐지만, 흙 속에 포함된 수분 때문에 동결융해가 발생하는 등 구조적 취약점으로 인해 8년 만에 전면수리가 불가피하다. 일부에서는 이번에는 시멘트나 콘크리트로 하라고 하는 볼멘 요청까지 있다. 물론 현대적 기법을 사용하면 내구성이야 길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콘크리트로 된 광화문을 역사의 왜곡이라며 전통목조건물로 다시 만드는 상황에서 전통기법을 포기한다면 세계유산은 물론 문화재지정 해제의 위기까지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시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기존의 방식만을 고집해서도 안 될 것이다. 잦은 수리 역시 옛 것에 남아있는 기법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래에는 남한산성 내에 숙종 때 쌓은 봉암성과 같이 여장 안팎으로 강회를 사용해 줄눈과 속채움을 일체화시키는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해발 480m의 겨울을 길게 만드는 지형적 특징을 감안하면 아직 두고 볼 일이지만, 앞으로도 남한산성의 보존을 위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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