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세상에 둘도 없는 효자, 휴대폰

김기영 분당구 이매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3/10/30 [14:18]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10여 년 전 고향의 팔순 어머니께 처음 휴대폰을 사드릴 때만 해도 어머니는 “몸 하나도 간수하기 힘든 정신없는 늙은이가 무슨 핸드폰이냐”며 손사래를 치셨다. 그런데도 동생은 카메라도 달렸다며 찍을 것도 없는 방안의 이곳저곳을 찍어 보여드리며 아무거나 마구 찍어도 고장나지 않는다며 수선을 떨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부분에서 솔깃해졌는지 주름으로 가득한 어머니의 얼굴에는 호기심이 엿보였고, 공연히 돈만 버린다고 펄쩍 뛰던 완고한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종일 울리지 않는 전화기를 안 보는 척하면서 자주 쳐다보셨다. 내 전화벨 소리가 나면 당신 전화기를 슬며시 열었다 닫기도 하고, 열고 닫을 때 나는 효과음이 신기한지 입가에 주름들이 한꺼번에 펴졌다 오므라들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얼마 뒤 우리는 어머니 휴대폰에 단축키를 설정했다. 1번부터 6번까지 육남매 전화번호를 저장하고 사용 방법을 알려 드렸다.

 

“엄마, 전화번호는 몰라도 되고, 엄마가 낳은 자식들의 순서만 잊지 않으면 돼요”라며 그게 치매예방에도 좋으니 자식들한테 전화 자주 하시라는 당부도 드렸다.

 

어머니가 전화를 거는 것도 한계가 있는 법, 우리 자식들이 먼저 어머니 전화기에서 벨 소리 나게 하는 게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정해진 요일에 당번을 정해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자는 묘안을 냈다.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월요일 제일 큰 누님, 화요일 그 밑의 형님, 수요일 그 아래 형님… 이런 식으로 돌아가며 막내가 토요일에 전화를 하기로.

 

묘안은 효과만점이었다. 어머니는 해당 요일만 되면 ‘오늘은 큰딸이 전화하는 날이지, 오늘은 막내로부터 전화가 오겠지’ 하며 하루하루를 자식들 전화 받는 낙으로 사시는 것이 일과가 됐다. 그 장난감 같은 휴대폰이 얼마나 고마운 효자인가!

 

휴대폰이 자식들 떠나보내고 홀로 사시며 외로움 타는 부모님들에게는 최고의 효자이기도 하다. 부모님께 전화 자주 드리자!

 

올해 시 승격 50주년을 맞아 성남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민들의 추억을 모아보고자 합니다.

성남에서 살면서 좋았던 점, 애환 등 재미있는 이야기와 사진을 보내주세요.

작품이 채택된 독자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팩스 031-729-2080

이메일 sn997@korea.kr

우편 성남시 중원구 성남대로 997(여수동, 성남시청)

2023년 11월 10일(금)까지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