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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 수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이유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3/12/29 [14:1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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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한 이유

유진규 분당구 서현동

 

“어, 응팔이네. 박물관에서 연락 안 오냐?”

 

중학생인 딸아이 학교에서 어느 날, 한 아이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우리 딸의 구닥다리 휴대폰을 보더니 ‘응팔’이라며 놀려대더란다. 80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을 빗대 오래된 휴대폰을 보고 놀린 것이다. 심통이 난 아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이젠 최신폰으로 하나 사달라고 간청했다.

 

아내는 시장에서 조그마한 가게를 얻어 생선 장사를 하고 나는 직장을 다닌다. 아이는 셋인데 둘의 수입이 변변치 않아 힘들긴 하지만 이젠 정말 아이의 휴대폰은 바꿔줄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요일 점심 때 아이를 데리고 아내가 일하는 시장으로 향했다. 전해줄 물건이 있어서였다.

 

옷 가게 골목을 지나 그릇가게 통로가 나오고, 다시 한참을 돌아 건어물 코너가 있다. 물건을 하나라도 더 팔기 위해 애쓰는 시장 사람들이 모습, 빈 공간에 리어카를 끌고 나와 좌판을 펼친 상인들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저기 엄마 보이지?” 건어물 코너 옆으로 죽 늘어선 생선가게들 맨 끝자락에 가장 작은 생선가게. 검정색 티셔츠를 입은 아내의 뒷모습이 보였다. 멀찍이서 보니 아내는 점심 밥을 먹는 듯했다.

 

뒤따라오던 딸이 더 이상 발을 내딛지 않았다. “아빠, 엄마한테 갔다 와. 나는 여기 있을게.”

 

잠시 전 아내의 모습을 떠올려 보니 낡은 검정색 티셔츠에 붉은 고무장갑을 끼고 시장 한켠 작은 가게에서 생선을 팔다가 끼니때가 돼 집에서 볶아간 김치와 계란프라이 하나로 차가운 도시락을 먹고 있었다.

 

집에서는 늘 엄하고 흐트러짐 없는 엄마지만, 시장에서 딸을 보면 엄마가 겸연쩍어할까 봐 피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짜식…”

 

아내에게 물건을 전해주고 나오자 녀석이 내 팔을 잡고 말했다.

“아빠, 나 휴대폰 안 살래. 글구… 담주 토요일부터는 시장 와서 엄마 좀 도와줄게요.”

“괜찮아 인마! 그리고 일은 엄마가 해도 충분해. 너희는 공부나 열심히 하렴!”

 

그날 아이의 휴대폰을 바꿔주면서 구김 없이 착하게 자라주는 아이들을 위해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독자 광장 수필•사진

○ 수필: 원고지 5매 내외(A4 1/3 분량)

○ 사진: 성남의 풍경·사람들(해상도 1MB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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