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있는 아트지지갤러리에서 이희승 작가의 개인전 ‘노마드 리좀’이 열리고 있다.
3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은 밝고 활기찬 색들이 벽을 타고 흘러 바닥마저 노랑, 분홍, 초록으로 보인다. 그런데 작품 속 얼굴에는 표정이 없다. 화가 난 걸까. 슬픈 걸까. 의욕이 없는 걸까.
멍한 사람들 표정과 달리 색은 들썩인다. 덕수궁 석조전과 전주의 전동성당은 보라색이고 종묘의 색도 활기차다.
작가는 생각의 줄기를 뻗어 그림과 교감하며 색을 정한다. 나무는 갈색, 나뭇잎은 초록색이라는 정형화된 개념을 버리고 그림을 그릴 당시의 생각과 느낌에 따라 색을 정한다. 색이 인상적인 그림이다.
작가는 다양한 표정을 짓고 이야기 나누는 사이사이 각자의 생각이 자유롭게 떠오르는 순간을 포착해 표현했다. 깔깔깔, 하하하 웃는 사이에도 생각은 어디론가 뻗어나가기도 한다.
결혼식 사진을 찍으며 모두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다. 사진을 찍으러 모여서 웃다가 잠깐 그 후 여행을 떠날 생각을 하는 사람들, 집에 가서 볼 영화를 생각하는 사람, 회사 일을, 아이들 일을 생각하는 각각의 사람들의 순간 표정을 포착해 그린 것이다.
콘서트장의 관람객도 연주자도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다. 모두 콘서트에 있지만 각자의 생각에 빠져 있는 모습을 그렸다. 무표정한 작품 속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추측하며 그림을 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시간이 흐르면서 생각도 장소도 변한다. 우리는 변화하는 것들 속에서 각자의 길을 찾아가고 있다. 유목민, Nomad. 정해진 것이 아닌, 정착하지 않는. 그렇게 뻗어나간 생각 줄기는 생각의 양분을 찾아다니다 또 다른 생각 줄기와 만나 변화한다. 지하경(땅속줄기), Rhyzome.
작가는 예술가로서 식물의 뿌리처럼 영혼의 자양분을 찾기 위해 꾸준히 길을 만드는 인간의 잠재적인 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회사원이었던 작가 이희승은 2021년 말레이시아 코타키나발루 국제 온라인 전시회에 초대받으면서 국제 무대에서 인지도를 쌓았다.
이번 전시는 첫 국내 개인전이다. 작가는 2023년 한 해에만 마드리드, 시실리, 베니스, 로마, 런던, 뉴욕 타임스퀘어 등 세계 유수의 현대미술 전시회에 초대 받았다.
전시 제목 ‘Nomard Rhyzome’은 작가가 지향하는 두 가지 기본개념을 담고 있다. 하나는 인간을 특정한 신념에 고정되지 않고, 자유롭고 유연하게 움직이는 유목민으로 보는 시각이며, 다른 하나는 리좀의 은유에 관한 것이다.
리좀은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카타리 공저 ‘천개의 고원’에 등장하는 철학용어로 지하경(地下莖, 땅속줄기)을 의미하며 뿌리가 내려 있지 않은 지역이라도 번져 나갈 수 있는 번짐과 엉킴의 형상을 상징한다.
○ 기간: 2024년 1월 21일(일)까지 ○ 장소: 아트gg갤러리(투아이센터 1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벌말로 50번길 41)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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