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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이 만든 ‘상원 장학회’

  • 관리자 | 기사입력 2011/09/23 [20:0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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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23년간 총 263명에게 3억4천여 만 원의 장학금 지급

“1980년대에는 상대원동에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들에게 뭔가 도움을 주며 함께 할 것을 찾다가 같은 생각을 가진 5명이 뜻을 모아 1989년 장학회를 만들게 됐습니다.”

‘상원 장학회’ 이용희(75·위쪽 사진 왼쪽) 회장은 “상원장학회에는 직장인·퇴직자·상인 등 9명의 회원이 함께하고 있는데 모두가 나서기를 싫어하는 평범한 이웃”이라며 “부자들은 아니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상대원동 동네 이름을 붙인 상원장학회는 설립 당시에는 상대원동 출신 학생들에게만 혜택을 주었다. 그러나 몇 해 지나지 않아 지역 우수인재 육성을 위해 성남시 전역으로 선발 범위를 확대했다. 지금까지 23년 동안 총 263명에게 3억4천여 만 원의 장학금을 지급해 지역사회의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인건비·기자재비를 최대한 줄여서 한 명이라도 더 장학금을 주자는 생각에 이 회장은 직원 한 명 없는 장학회 사무실을 손수 청소하고, 컴퓨터 한대 없이 사무를 본다. 

장학회 홍보를 통해 장학회 회원 수를 늘려보기를 권하자 이 회장은 손사래를 친다. “회원들에게 받기만 하고 주는 것이 없는데 어떻게 장학회 참여를 권하겠느냐”며 “스스로 참여해 주는 이들만 고마운 마음으로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실한 사회 일원으로 성장해줘서 고맙고 보람 느껴”

스스로 장학회 사무실을 찾아가 4년째 장학회를 후원하고 있는 박정미(48·위쪽 사진 오른쪽) 회원은 상대원시장 골목에서 채소를 파는 상인이다.

“후원 회비를 돈이라 여기면 아깝지요. 그런데 우리 상대원동 주민 덕분에 제가 이렇게 장사를 하고 있으니 받은 것 중 일부는 돌려 드려야겠다는 제 마음”이라며 “요즘 경기가 좋지 않아서 장학회가 어려워요. 장학회에 좀 더 많은 후원자들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학생들이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취지로 서민들이 십시일반 모아 23년 동안이나 이끌어온 ‘상원 장학회’.

이 회장은 “상원 장학금을 받아 공부했던 학생들이 사회 일원으로 반듯하게 성장해 성실하게 사는 것을 보면 고맙고 보람을 느낀다”며 “우리 장학회가 아무리 어려워도 이번만 장학금을 주고 내년부턴 주지 말자는 회원은 한 사람도 없으니까 내년에도 장학생을 선발할 것”이라며 웃는다.

상원장학회 장학생 선발은 매년 2월 20일에 마감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중 고등학생은 학교장 추천, 대학생은 교수 추천을 받아 선발하고, 선발된 고등학생에게는 졸업 때까지, 대학생은 2년 동안 장학금을 지급한다.

정경숙 기자 chung09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