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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 수필

‘천천히’를 알려준 아지트, 탄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4/08/29 [12:21]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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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를 알려준 아지트, 탄천

이미래 분당구 야탑동

 

‘탄천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때로는 혼자서, 때로는 가족과 함께 이 길을 걸으며 늘 생각한다. 출근길에도 퇴근길에도 사계절의 변화를 가장 가까이에서 온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다.

 

20대 중반까지 탄천은 그저 가끔 데이트 하는 장소였다. 짧았던 신혼 시절엔 저녁을 배불리 먹고 남편 손을 잡고 걸을 수 있는 곳, 임신 막달에는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걷던 곳이다. 정확히는 아이를 기다리면서 이곳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

 

여느 예쁜 카페에서 산후우울증을 달래도 봤지만, 탄천만큼 이제 막 엄마가 된 30살의 나를 포근하게 안아준 곳은 없었다. 아직 매서운 칼바람이 불던 3월에도 탄천의 햇살은 따스했다. 코로나로 인해 강제로 출근하지 못했을 때도 24개월 된 아이와 나의 놀이터가 돼 준 곳. 육아가 고될 때, 부부싸움을 했을 때, 생각 정리가 필요할 때면 늘 이 길을 걷곤 했다. 지금도 걷는다.

 

7살이 된 아이의 여름방학, 유난히 ‘천천히’라는 안내 글자가 눈에 띈다. 탄천이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같이 느껴져서 사진을 찍었다. 

 

어쩌면 탄천은 경력 단절이 두려웠던 산모에게, 직장을 잃을까 막막했던 워킹맘에게,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 이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천천히 가자. 더도 덜도 말고, 지금 속도 그대로.

 

앞으로도 탄천이 주는 숨은 메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싶다. 

 

*독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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