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갖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저는 아마 이 아이를 만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세상에 많은 엄마가 그렇듯,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변곡점은 아이가 태어난 순간인데요. 아이가 태어나기 전후 제 삶은 참 다릅니다. 단순히 하루를 보내는 방법부터 사고방식이나 가치관까지 송두리째 바뀌었으니까요.
엄마가 되기 전 한 손엔 커피를 들고 가방엔 화장품과 에어팟을 넣어 다녔다면, 엄마가 된 지금은 한 손엔 아기를 안고 가방엔 분유와 각종 장난감을 잔뜩 넣어 다닙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주 배달 음식을 시켜 먹었지만, 지금은 ‘환경보호’를 이유로 주문 직전 단계에서 핸드폰을 내려놓기도 합니다.
이런 변화는 아이를 가지기 전이었다면 참 마음에 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저를 포기한다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제 옆에서 손가락을 쪽쪽 빨며 자는 아이를 보고 있자면, 지금의 변화가 꽤 마음에 들어요. 보기만 해도 온몸 구석구석 뽀뽀해 주고 싶은, 귀여운 별명이 마구 생각나는 이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라면 기꺼이 아줌마가 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엄마가 됨으로써 제 삶을 포기한 게 아니라 한층 더 업그레이드한 것이니까요.
원이의 가장 귀여운 순간은 손가락을 빨 때입니다. 엄지손가락이 아닌, 중지와 약지를 빨기 때문이지요, 스파이더맨처럼요. 신기해하는 저를 보고, 엄마는 너도 똑같았다고 하시더군요. 어떤 손가락을 빠는지도 유전이 된다니, 신기하지 않나요? 이 아이는 또 저의 어떤 모습을 닮았을까요?
저희 부부는 이렇게 귀엽게 손을 빠는 원이를 정말이지 사랑합니다.
얼마 전 제 생일에 남편이 Spider One이라는 글귀와 함께 손을 빠는 원이의 모습이 담긴 티셔츠를 깜짝 선물해 주었는데요. 이 티셔츠를 입으면 참 기분이 좋지만, 동시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집니다.
좋은 부모가, 또 좋은 어른이 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그런 건가 봅니다.
원이 엄마 김유민 (분당구 판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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