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크리스마스 김정은 중원구 도촌동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동네에 울려 퍼지는 캐럴 소리에 마음이 들떴다. 제법 큰 양말을 골라놓고 산타 할아버지가 이번에는 선물을 주길 바라며 매일 기도했다. 사실 나만큼 착한 아이가 없는 듯한데 몇 년째 선물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선물을 주는 사람은 산타가 아닌 부모님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 우리 부모님은 왜 선물을 안 주시는지 못내 서운해하며 무작정 기다렸다.
어느 크리스마스 날 아침, 나의 양말에 무언가 들어있는 듯 볼록했다. 허둥지둥 안을 열어보니 예쁜 필기구와 지갑이 들어 있었다. 그때의 감격이란 잊을 수 없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언니가 용돈을 모아 나에게 준 것이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쉽게 사지 못했던 그때, 작은 선물 하나에도 행복해서 눈물이 나던 그때.
길거리에서 캐럴을 듣지 못하는 요즘의 크리스마스는 낭만은 사라졌지만 눈부신 조명들로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그러면 결핍으로 얼룩졌던 나의 어린 날이 생각나곤 한다.
그때의 나보다 훨씬 커버린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아이들이 원하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줬는지 궁금해졌다. 올 크리스마스에는 예쁜 케이크와 음식을 풍성하게 차려놓고 지난 시절을 도란도란 얘기해 보련다.
*독자 글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팩스 031-729-2080 이메일 sn997@korea.kr 2024년 12월 12일 (목)까지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 드림)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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