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2023년 9월 20일 개장한 율동공원 맨발 황톳길은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추운 겨울에도 운영할 수 있게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총 740미터 구간 중 올해 동절기에는 작년보다 더 일찍 100미터 철제 비닐구간을 만들어 추위를 차단했다. 비닐하우스보다 폭설에도 훨씬 견고하고 보온성도 좋다.
관계자는 “오늘같이 추운 평일에는 50여 명, 주말에는 100명이 넘게 오신다”고 전했다.
기자가 방문한 날은 매서운 추위에 눈이 펑펑 쏟아지는 악천후였지만 맨발걷기에 단련된 분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했다.
입구 세족장에서 올 3월부터 맨발걷기를 시작한 이00 씨를 만났다.
“암수술 후 항암으로 밥을 못 먹었는데 맨발 걷기 후 밥을 먹기 시작했다”고 전하는 이 씨는 “수술 후 알게 된 맨발 황톳길 걷기는 신비 그 자체였다. 매일 한 시간씩 걸으면 소화도 잘되고 깊은 잠도 자서 너무 좋아 병원에 있는 사람들 다 불러다가 맨발걷기 하라고 외치고 싶다. 올겨울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암 투병 중이지만 맨발 걷기 후 그녀가 보여준 밝은 미소로 세족장이 환해졌다.
맨발 걷기장 입구에서 365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매일 나온다는 뇌병변 6급 장애인 김00(68·분당동) 씨를 만났다.
“50대 초 무리해서 뇌경색이 와 장애인 진단까지 받았다.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한쪽 다리를 질질 끌고 다녔다. 이후 복부 대동맥류 절제술과 관상동맥우회술까지 받았다. 힘든 수술 후 잠을 못 잤는데 맨발 걷기를 하면서 잠도 자게 되고 40여 년 된 비염과 이명도 매일 걸으니까 다 좋아졌다”고 했다.
율동공원 맨발 황톳길 걷기를 위해 나오는 시민들은 신선한 공기와 땅의 기운과 호수가 주는 평온함을 함께 누릴 수 있다.
맨발걷기 4년째인 000 씨는 “그 불룩하던 뱃살이 다 빠져서 너무 신기하다”고 했다. 안면신경 떨림증상이 있어 걷기를 시작했다는 그녀는 매일 3시간씩 걷는다. 오전, 오후에 한 시간 반씩 걷는다는 그녀는 “몸이 너무 가벼워져서 초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건강하게 뛰어놀던 옛 모습이 느껴진다”고 했다.
누구보다 발걸음이 가벼운 박순원(67·분당동) 씨는 올해 3월부터 매일 걷기를 시작했다. “잠이 잘 오고 혈압이 내려갔다”고 했다.
맨발 황톳길에서 만난 최고령자인 김00(96) 씨는 6·25전쟁뿐 아니라 월남전에도 참전한 고엽제 피해자다. 6·25전쟁에서 북한군의 총에 맞아 박힌 파편이 아직도 몸 안에 있다. 96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하신 어르신은 심장과 허리 건강을 위해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맨발 걷기를 끝내고 세족장에서 발 닦을 수건도 미처 챙겨오지 못해 난감해하는 기자에게 선뜻 수건도 건네며 닦으라고 하신다. 96세에 이렇게 배려까지 하시는 건강한 어르신을 보고 건강한 백세인생의 모델을 가까이서 뵙는 듯했다.
맨발 걷기를 할 때는 발이 차가웠지만 세족장에서 온수로 발을 녹이며 씻고 나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개운함이 스며온다.
율동공원 맨발 황톳길 앞에는 25년 된 번지점프대를 철거하는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내년 5월까지 진행되는 율동공원 생태문화공간 조성사업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율동공원이 맨발 황톳길과 더불어 자연과 문화를 품은 도심 속 생태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시간을 기대한다.
취재 구현주 기자 sunlin12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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