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설이 오면 김경자 수정구 위례동
어린 시절 설이 다가오면 어머니는 가래떡과 강정을 매년 엄청난 양으로 준비하셨다. 요즘 같이 먹거리가 많지 않던 시절, 겨울 내내 두고두고 먹을 수 있는 귀하고 맛있는 음식이었다.
어머니가 미리 불린 쌀을 씻어 담아 머리에 이고 방앗간에 가시면 대기인원이 많아서 쌀을 담은 통들을 한 줄로 쭉 세워두는데, 바쁘신 어머니는 우리 네 자매 중 두 명을 남겨두고 우리 순서를 지켜보라고 했다.
또 어머니는 쌀을 봉지에 담아 시장 강정 만드는 곳에 가셨는데 튀밥 튀기는 아저씨 앞에는 쌀을 담은 양철통들이 한 줄로 쭉 서 있고 어머니는 나머지 두 자매를 남겨두고 순서를 지켜보라고 하셨다.
뻥 소리에 놀라 조마조마 멀리 도망가서 귀를 틀어막고 숨죽이며 지켜본 것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집안일을 하고 오신 어머니가 삯을 내고 가래떡과 강정을 이고 지고 올 때는 너무 좋아 춤을 추며 집에 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은 이웃들에게 넉넉히 가져다드리고 우리도 그날은 참기름소금에도 찍고 양념장에도 찍어 실컷 먹었다.
다음날 떡이 굳으면 떡국떡과 우리를 위해 떡볶이떡으로도 썰고 일부는 간식으로 불에 구워주려고 남겨두었다. 저녁식사 후 가족이 다모였을 때 강정을 몇 바가지씩 담아내 주면 너무나 맛있는 간식이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나는 그때의 어머니 나이가 됐다. 요즘은 가래떡과 강정을 하는 사람도 또 하는 곳도 보기 힘들다. 설날이 다가오면 가래떡과 강정 하던 때가 너무 그립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해서 부모님과 자매들과 또 이웃과 나눠 먹고 싶다.
*독자 글 보내실 곳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031-729-2076~8 팩스 031-729-2080 이메일 sn997@korea.kr 2025년 1월 13일 (월)까지 보내주세요. (채택된 분께는 소정의 원고료 드림)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