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수요일 열리는 상대원 선경아파트 수요 장터. 국화빵, 떡볶이 등 먹거리가 있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주민들이 장터를 찾는다. 2024년 12월, 그동안 주민들이 함께한 ‘어반스케치’ 결과물이 선경아파트 쉼터에 전시됐다.
“올해는 상대원 골목 풍경, 가게풍경, 주택 대문. 주택 앞에 늘어선 감나무, 대추나무 등 상대원의 곳곳을 돌아보고 기억하고픈 장소와 풍경을 어반스케치로 담았어요.”
“숨이 턱턱 막히는 덥고 습한 여름날, 스케치할 장소를 정하러 골목을 돌며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어? 새롭게 동네를 알아가는 기쁨도 있었어요”라며 동네를 스케치하고, 그 위에 색을 입히는 과정을 즐기며, 상대원을 정감 있는 동네로 만들어 주신 분들께 고마움을 전하는 박정숙(책이랑도서관) 관장의 얼굴에도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여기 봐. 우리 여기 갔었잖아.”
송주현, 송우현, 노준혁, 이태균, 임찬민 등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오던 초등학생들이 그림을 보면서 한마디씩 한다.
“그림이 너무 멋있고, 제가 따라 그리면 잘 그릴 것 같은데요. 그림이랑 사진이랑 구별이 어려워요. 너무 잘 그려서 멋져요.”
“이 그림을 봤을 때 진짜 우리 동네에 금손이 계셨다는 것이 너무 놀라웠어요. 너무 현실이랑 구별이 쉽지 않아요. 잘 그려주셨어요.”
“이 그림이 있는 곳은 다 가 본 곳이라서 거의 알 것 같아요. 저기 할인마트에서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사 먹었어요. 진짜 추억이 담긴 곳이네요.” “그림을 둘러보니 가 본 곳이 있어서 친구들과 놀던 골목, 추억이 있는 곳이라서 좋아요.” “이 그림을 보니까 정말 추억도 생각나고, 실력이 좋으신 것 같아요.”
“그림이 너무 현실감이 있고, 골목 풍경을 거의 보고자라서 더 정감이 가는 것 같아요”라며 재밌어한다.
홍상이 씨는 아이를 안고 알뜰장터에 나왔다가 그림을 보면서 “동네 풍경을 이렇게 그림으로 보니까 너무 아름답게 느껴진다”며 “그냥 지나가면 못 느꼈던 것을 실제로 이렇게 그림을 통해서 보니 더 정겹게 느낄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몇 년 전 도서관이 들어왔는데, 도서관에 가면 그냥 사랑방처럼 사람들이랑 책도 읽고 이야기도 나누고 육아도 공유하니까 좋아요. 아파트 안에 도서관이 있는 공간이 너무 좋아요. 프로그램이 많아서 아이들한테도 좋고 어른들은 더 좋지요.”
임혜숙 씨는 “그림을 그리고 또다시 보니까 새롭고 ‘여기가 거기였지, 이런 것이 있었네’라는 생각에 새롭습니다. 동네가 이랬구나! 오토바이 수리점도, 그리고 제일 처음 경비실을 그렸을 때 많이 신기했어요. 경비실을 그렇게 자세히 보진 않잖아요. 그림으로 그리고 보니 관심이 가기 시작했어요”라며 신기해했다.
아파트 상가의 간판들, 예술작품처럼 느껴지던 경비실 앞 항아리들, 일주일에 한 번씩 열리는 수요 장터를 그린 박경희 씨는 “내가 살아가는 동네의 구석구석을 그림으로 다시 만나니 평범했던 것들이 특별해 보여요”라고 그림이 주는 매력을 얘기했다.
“아파트 앞 상가 건물에 간판이 이렇게 많은 줄 그림으로 그려놓고 깜짝 놀랐어요. 무심코 산책을 나서던 그때보다 그림을 그린 후 길을 나서면 주변에 관심이 생기고, 작지만 많은 변화를 느끼게 되는 특별한 장소들이 될 것만 같아요.”
김혜정 씨도 한마디 보탰다.
“복권판매점을 그리면서 재밌었어요. 많이 지나치기도 했고, 그림 그리기 위해 많이 가봤어요. 하루 2시간 넘게 했어요. 그려놓고 보니 새롭습니다.”
그동안 2018년 포토에세이 『마을로 간 카메라 2018년 가을, 상대원』, 『2022년 휴대폰으로 기록한 나의 일상』, 40년 성남 거주한 70세 이상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 『눈부신 나의 꽃 청춘 이야기』를 발간해 왔다.
상대원 사람들은 선경아파트단지에 있는 ‘책이랑도서관’을 찾아 언제든 내가 보고 싶은 책을 읽는다.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낀다.
요즘은 책을 사서 집에 쌓아놓고 보는 것이 아니라 신간 도서가 나올 때마다 신청해서 보기도 하지만 새로운 책들로 바꿔가면서 관리해 주는 덕분에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상대원 주민들은 새해가 되면 또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해 보고 싶다는 희망으로 도서관 문을 들어선다.
취재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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