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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광장] 수필

손녀의 깜짝선물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5/02/26 [15:46]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손녀의 깜짝선물

이은경 분당구 정자동

 

매년 1월 15일은 결혼기념일이다. 자연스레 잊고 지낸 지 오래다. 굳이 세어보자면 47년 전쯤일 게다. 딸이 엄마 아빠 결혼기념일이라며 저녁을 먹자고 해서 알았다.

 

평일이라 바쁜 사위는 함께 못하고 딸과 7살 손녀랑 가까운 식당에서 만났다. 손녀딸이 수줍게 할아버지와 내게 봉투 하나씩을 건넨다. 

 

예쁜 스티커도 붙였다. 만 원권 하나씩과 자기 엄마를 낳아줘서 고맙다는 말과 만 원으로 맛있는 걸 사 먹고 건강하라는 내용이다. 

 

순간 가슴이 찡해온다. 고사리손으로 쓴 편지가 너무 감동이다. 저금통에서 아끼는 용돈을 꺼내 준 마음은 더 큰 덤이다.

 

손녀는 딸이 결혼 후 10년도 넘어서 어렵게 얻은 아이다. 낳기까지 고위험 산모실에서 오랫동안 입원도 하고 매일 숨죽이며 기다렸다.

 

너무 오랜만에 안아보는 아기라 처음 목욕 땐 손이 덜덜 떨리며 땀깨나 쏟았다.

 

주위에선 손주 돌보다 골병든다며 말리기도 했지만 그건 손주를 진심으로 키워보지 않은 사람들의 편견이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며 모든 가족한테 주는 소소한 행복은 무엇과도 견줄 수 없다. 오히려 퇴색돼 가는 뇌를 되돌려 주며 활력 있게 살아가는 원동력이 된다. 

 

이 아이가 없었다면 나의 노후는 메말랐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있어 오늘도 즐거운 기다림으로 무얼 할까 하고 마켓도 둘러보며 힘찬 하루를 바쁘게 쪼개 쓴다. 

 

나는 아직도 손녀가 준 만 원을 못쓰고 있다. 너무 소중해서다. 언젠가 함께 손잡고 따끈한 어묵 꼬치라도 먹으러 가야겠다.

 

* 독자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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