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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없는 사랑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5/03/28 [16:35]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손녀가 팔을 앞으로 쭉 벌리며 달려와 폭 안긴다. 꼭 껴안았더니 답답했는지 금세 내 품에서 빠져나간다. 한참 더 껴안고 싶은데···.

 

장기 자랑이 시작됐다. 노래에 맞추어 율동하는데, 양팔을 접어 올리고 박자를 맞추어 엉덩이 흔드는 모습이 여느 무대 공연을 보는 것보다 즐겁다. 손주가 내 자식들 어릴 때보다 더 영특한 것 같아서 “우리 아기가 천재인가 봐” 했더니, 요즘 문화센터에 다니면서 배운 거란다. 조기교육이 달갑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다.

손녀의 즐거움이 나의 행복이니까.

 

재롱이 담긴 동영상을 하루에도 몇 번씩 보게 되는데,입꼬리가 올라간다. 무뚝뚝한 남편도 옆에서 너털웃음을 짓는다. 주말마다 기다리던 손녀가 오는데, 서랍을 열어서 물건을 꺼내놓고 화초를 잡아 뜯고 집안을 순식간에 난장판을 만든다. 그래도 사랑스럽기만 하다.

 

조부모가 오냐오냐 받아주면 버릇이 나빠진다고도 한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랑으로 키운 아이가 인성이 더 발달할 테니까. 며느리는 바른 교육이 필요하다며 따끔하게 혼내기도 한다. 교육은 제 어미 아비의 몫이고 할미는 사랑만 해도 될 것 같다. 자식에게 못다 한 사랑을 손녀에게 소나기처럼 퍼붓고 있는 게 아닐까.

 

자식의 어린 시절을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 남편은 육아의 힘든 점도 모르고, 어린아이라도 버릇없는 행동을하면 그 부모를 탓하곤 한다. 만약에 우리 손녀가 자라면서 무엇을 잘못할지라도 나무라고 꾸중하면 남편이 미워질 것 같은데, 요즘에 슬슬 그런 조짐이 보인다.

 

16세기 조선 중기 할아버지가 손자를 16년간 양육하면서 성장 과정과 훈육을 기록한 『양아록』을 보았다. 예전에도 지금도 손자 사랑하는 마음은 매한가지인 것 같다. 나도 내 글 밭에 <손녀의 성장 이야기>를 쓰면서 손녀의 행복을 빌어본다. 훗날 손녀가 보면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난 금쪽같은 내 손녀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주고 싶다.

 

화장대에 손녀의 손자국을 발견했다. 그 위에 내 손을 가만히 포개본다.

 

최선옥 분당구 정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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