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현관에서 작은 축구공을 꺼내 들고 아들과 나섰다.
“밖에 좀 나가 놀아줘.” 아내의 당부에 마지 못해 나왔건만, 볕은 이미 뜨겁고 공기는 무거웠다.
단지 안을 천천히 걷던 중, 저 멀리 자전거를 타는 또래 아이와 그 아빠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은 그 모습을 눈길로 따라가며 말했다.
“아빠, 나도 자전거 타고 싶어.”
집으로 다시 가는 길이 쉽진 않았지만, 그래도 ‘아빠 노릇’이라는 말에 마음을 고쳐먹고 자전거를 가지러 발길을 돌렸다. 손에 땀이 나도록 안장을 잡고, 한 손으론 허리를 짚은 채 함께 달린 시간이 꽤 흘렀을까.
흔들리던 아이는 어느새 균형을 잡기 시작 했다. 그러다 “아빠, 나 됐어!” 외치며 힘차게 페달을 밟더니, 점점 멀어져갔다. 아들의 뒷모습이 점 하나처럼 작아졌을 때, 문득 나도 떠올랐다.
여덟 살 무렵, 몇 번이고 넘어지던 나를 뒤에서 받쳐주던 엄마. “할 수 있어, 아들아!” 허리 아프다며 늘 고생하던 엄마가, 그날 만큼은 환하게 웃으며 안장을 놓았고, 나는 내 두 발로 앞으로 나아갔다. 그때 엄마가 느꼈던 감정이 바로 이것이었을까.
부모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던 아이가, 어느덧 스스로 균형을 잡고 앞으로 나아간다. 네 발 자전거에서 두 발 자전거로, 그 단순한 전환이 내겐 말할 수 없는 벅참으로 다가왔다. 눈가가 시큰해졌다. 내게 그 순간은, 가장 뭉클한 성장의 기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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