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청춘 시절부터 근무하던 직장에서 정년퇴직했다. 잠시 쉬다가 일상생활이 무료해서 현재 노인 요양 관련 시설에 재취업해 근무한다. 노인요양 시설이다 보니 70대 중반에서 90대까지 많은 남녀 어르신을 접한다.
나이 든 어르신들은 치매를 비롯해 고혈압, 당뇨병, 관 절염,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등 크고 작은 여러 질병을 앓는다. 그래서 모두가 질병 치료를 위해 약을 한 움큼씩 복용한다.
어르신들은 약을 복용해도 만성 노인성 질환이어서 증상이 크게 개선되기보다는 단지 조금 완화될 뿐이다. 그래도 다수의 어르신들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지 않고 생로병사의 자연 섭리에 순응하며 활기차게 살려고 노력한다.
그런 어르신들을 보며 60대 초반인 나의 미래도 생각한다. 예비 늙은이인 나도 나이가 더 들면 이런저런 여러 노인성 질환으로 고통받을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나이 들면 가난, 질병, 고독, 무위의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노후의 고통을 슬기롭게 극복해나가야 한다.
쇠로 된 기계도 오래 쓰면 고장이 나고 단단한 콘크리 트로 만든 건물도 오래되면 노후화로 허물고 재건축하듯이 우리 인체도 오래 썼으니 당연히 탈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자연 이치를 깨닫는 지혜가 필요하지 않나 싶다.
“나이 들면 눈과 귀가 어두운 것은 필요한 것, 좋은 말만 보고 들으란 것이고, 이가 시리고 걸음이 부자연스러운 것은 연한 음식만 먹고 조심해서 움직이란 것이고, 머리털이 하얗고 정신이 깜빡거리는 것은 나이 든 사람인 것을 알아보게 하려는 조물주의 배려이고 살아 온 세월을 기억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늙음의 미학’에 나오는 글이다. 나이 들면 심신이 쇠약해져 불편과 고통이 따르지만 늙어가는 것을 자연의 흐름으로 알고 순응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문득 ‘세월 앞에 장사 없 다’는 말이 뼈저리게 실감 나는 시절임을 느낀다.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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