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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에도 기술이 있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1/27 [11:1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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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남소비자시민모임 정경우 실장   © 이화연


 
“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전화벨이 울리자 수화기를든 정경우(59)성남소비자시민모임 실장은 헤드셋을 한 채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미소를 짓기도 하고, 컴퓨터 화면을 보기도 하고, 무엇인가 기록을 했다. ‘2~3일전 구입해 냉동실에 보관한 아이스크림을 아이에게 주려고 꺼냈는데 소독약 같은 심한 악취가 난다’는 소비자 상담 전화였다.

이렇게 소비자건이 접수되면 사업자인 회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전화 상담을 해야한다는 정 실장은 이 일을 한 지 어느새 23년이 훌쩍 지났다고 한다.“나 자신이 소비자문제로 이곳 상담사무소를 이용하게 됐고, 소비자 모니터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정 실장.사무실에서 전화를 받고 사례를 써서 올리면서 자꾸 일에 빠져들게 됐다. 지금은 정보가 많아 ‘똑똑한 소비자들’이 스스로 해결법을 터득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통신시설이나 정보 부족으로 소비자가 스스로 해결하기에는 어려웠기 때문에 상담도 많았다.

주로 도서, 건강식품, 그릇 등 방문판매 소비자건이 많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 가전제품, 화재보상건 등 수없이 많은 소비자건이 해결될 때마다 보람을 느끼게 됐다는 정 실장. 그러나 소비자들의 작은 과실로 인해 해결해 주지 못하거나 원하는 만큼의 보상을 받지 못했을 때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처음 상담을 했을 때는 소비자나 사업자의 억측에 같이 언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중재자로서 서로에게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에 보상만이 문제가아니라 이젠 상담을 해온 소비자의 전화 목소리만들어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알게 됐다.소비자의 취향과 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틀에 정해져 있는 소비자 해결법은 없다.“소비자는 들어만 줘도 좋아 하는데 문제해결까지 해주니 더욱 만족한다.”직접 상담하러 오기도 하지만 전화 상담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흥분한 상담자를 진정시켜 주고,얘기를 들어주고, 전화 상담자의 말을 자르지 않는다. 열 번 이상 한 달이 걸리는 소비자건도 최선을 다해서 해결한다.강제성이나 제재도 없고, 소비자도 달래고 사업자도 달래면서 그 해결점을 찾아낸다는 정 실장.그녀가 진정한 상담의 달인이다.

그녀는 지난 한 해 동안 1만661건의 소비자 상담을 했다. 지난해 ‘제18회 소비자의날’ 대통령 표창을 받고 보니 소비자를 위한 상담자로서의 자부심과 함께 일해 온 23년이 보람 그 자체였다며, 성남소비자시민모임(대표 김경의) 동료들에 대한 감사함을 늘 잊지 않는다며 겸손해 한다.“소비자를 위한 100% 무료 상담이므로 언제든지 소비자께서 상담에 응할 때는 근거자료를 준비하고 정리해서 상담해오면 문제를 한결 빨리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