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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와 정신건강 문제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5/22 [10:0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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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비전성남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글을 기고하는 지금도 한 명의 희생자라도 더 가족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구조작업이 한창이다. 동시에 전 국민적인 애도의 발길이 전국 각지의 분향소를 찾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참담한 심정과 안타까운 마음을 억누를 길이 없다.

이 사건은 이전의 대형사고와 다르게 전 국민이, 재난의 피해자들이 서서히 가라앉는 모습과 구조장면을 실시간으로 보게 됐다는 점에서 지속적으로 충격을 줬다. 국민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무력감을 줬고, 많은 재해자가 청소년이고 사회가 보호해야 할 약자였기 때문에 기성세대에게 죄책감 또한 들게 했다.

참화를 당한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이 일차적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았겠지만, 국민적으로도 엄청난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다. 유가족들과 사건에 직접적으로 관계된 사람들, 구조작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특별히 고위험군에 속한다.
특히 신체적으로 구출된 뒤라 할지라도 죄책감과 자괴감 때문에 그들을 구할 기회가 있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며 끊임없이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구출 후 그들의 정신적 건강을 즉각적으로 돌보지 않아 발생한 교육 공무원의 자살 사례나 우울증 등은 기존 재난에서 충분히 예견돼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예측되는 게 현실이다.

사고 후에는 급성 스트레스 반응으로 우울증과 애도, 불안감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지속될 경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심을 갖고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심각한 사고 이후, 사건과 관련된 재경험과 과한 반응 등을 주 증상으로 한다. 한번 발생하면 대개 만성적으로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또한 잠수부, 해경, 구조 관계자들의 경우 구조 작업에서 감압병 등이 발생하거나 안전사고도 빈발해 이들의 직업보건학적인 관리와 사후 조치가 필요하다.

큰 사고는 사고 지역 주민의 건강에도 지속적이고 커다란 영향을 준다. 안산시를 비롯해 구조작업이 한창인
인근 해역 주민들은 추모 분위기 속에서 우울감과 무력감 등에 쉽게 이환된다. 또한 생업에 지장을 받는 등 간접적 피해에 노출될 경우 그 고통이 더욱 커질 수 있으나일차적 피해자 앞에서 그 어려움을 토로할 수 없어 감내하게 만든다.

미국의 911 테러, 일본의 대지진 등 대규모 국가적 재난 이후에는 재난이 발생한 지역 주민을 넘어 국민적인 영향을 받는다. 국민 전체의 우울증이나 자살 등이 증가한다는 설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참담한 소식을 계속 듣게 될 때 힘들어하고 아파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기존에 우울증을 앓거나 만성적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 취약한 사람들은 우울증상이 심해지거나 새로운 정신건강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성남시에는 3개 구 보건소와 성남시정신건강증진센터, 자살예방센터(www.smhc.or.kr)가 지역주민의 정신건강을 돌보기 위해 활동한다. 근로자건강센터에서도 상담심리사가 우울증과 직무 스트레스 등에 대한 검사와 상담을 무료로 지역 근로자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이러한 센터를 이용하는 것도 스스로의 정신건강을 돌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울러 성남지역에서도 안전사고나 산업재해 등에 대한 대응체계 등을 갖추도록 민·관 합동으로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예방활동이 절실히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동부근로자건강센터 031-739-9301, www.gdwh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