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기자의 눈] 수고하실게요? 누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04/21 [15:54]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우리가 자주 쓰는 높임말 중에는 상황에 맞지 않는 말들이 있다. 상황에 맞지 않는 높임말은 오히려 상대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잘못 쓰고 있는 높임말을 찾아 봤다.

~하실게요
상대가 의자를 가리키며 ‘여기에 앉으실게요’라고 할 때, 냉큼 앉으면 안 된다. ‘앉으실게요’는 말하는 이가 앉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ㄹ게’는 ‘내가 전화할게, 내가 청소할게’처럼 말하는 이가 어떤 행동을 하겠다고 약속할 때 쓰는 표현이다. 그러므로 ‘여기 앉으실게요’는 말하는 이가 앉겠다는 뜻이 된다. 그리고 ‘앉으실게요’는 ‘내가 앉으실게요’가 되므로 높임법도 틀렸다. 상대가 앉길 바란다면 뜻이 분명하게 전달되도록 ‘앉아주세요/앉으십시오’라고 하면 된다. ‘이제 들어가실게요’도 ‘이제 들어가십시오/들어가주세요’라고 해야 한다.

힘들게 일만 하라고?
수고(受苦)의 본래의 뜻은 ‘고통을 받음’이다. 지금은 ‘일을 하느라 힘을 들이고 애를 씀’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원뜻과 지금의 뜻을 헤아려보면, ‘수고하라’는 말에는 ‘계속 힘들게 일을 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것을 알 수 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계속 힘들게 일을 하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윗사람에게는 수고하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직장에서 상사보다 먼저 퇴근할 때는 ‘수고하십시오’ 가 아닌 ‘먼저 가겠습니다’나 ‘내일 뵙겠습니다’가 무난한 표현이다. 또 상사가 일을 잘했을 때는 ‘고생하셨습니다’보다는 ‘애 많이 쓰셨습니다’가 더 적절하다. 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는 ‘수고하십니다’보다는 ‘노고가 많으십니다’, 택시에서 내릴 때도 ‘수고하세요’보다는 ‘편히 왔습니다. 고맙습니다’가 상황에 더 맞는 표현이다.
말이 고마우면 비지 사러 갔다가 두부를 사온다는 속담이 있다. 상대가 나의 말을 고맙게 느낀다는 건, 나의마음이 잘 전달됐다는 것이다. 마음을 잘 전달하는 것, 그 시작은 상황에 맞는 말과 정중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