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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05/23 [08:5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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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인정하는 모습    이기현 수정구 금토동
 
친척이 상을 당해 문상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편도 1차선 지방국도에서 화물차 한 대가 우리 일행 앞에서 거북이걸음을 하며 힘겹게 오르고 있었다.
일행 중 맨 앞의 승용차가 잽싸게 화물차를 추월해갔고 두 번째 차도 중앙선을 넘어 잘 비켜 올랐다.
혼자 남게 된 나도 거기에 질세라 찬스가 생기자마자 가속 페달을 밟아 쏜살같이 트럭을 추월했다. 그런데 커브 길을 막 돌아 나오자마자 교통경찰관이 차를 세웠다. 그리고 면허증 제시를 요구했다. 할 말이 없었다.
차 안에 타고 있던 가족 앞에서 체면이 영 말이 아니었다.
“예, 조금 급히 가다 보니 위반을 했네요. 미안하게 되었는데 한 번 봐줄수는 없습니까?”라고 말하자 경찰관은 환하게 웃으며 “네, 저도 봐드리고 싶지만 죄송합니다. 그래도 선생님은 어른다우십니다. 다른 차들은 왜 나만 잡느냐고 따지고 큰소리치십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위반을 솔직히 시인 하시니 멋지십니다. 바쁘다 보면 서두르게 되는데 그게 안전을 위협하니까 조심운전 하세요”라며 보기 좋게(?) 스티커를 발부했다.
환한 웃음으로 대하며 위반 사실을 알리고, 차라리 이렇게 잘못을 인정 할 줄 아는 모습이 당당하고 멋지다고 말해주는 경찰관의 모습에서 오히려 나도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그는 내가 첫마디에 위반사실을 시인해준 것에 무척 감동했고, 먼저 걸려든 수많은 사람들의 변명과 반발, 어른답지 못한 행동, 잘못을 인정할 줄모르는 위선에 마음이 크게 상해 있었던듯했다. 경찰관도 각양각색의 운전자들을 상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었다.
그날 단속에 걸렸어도 나는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잘못 추월하다가 가족 전체의 목숨이 위험해질 수도 있으므로 안전운전하라는 당부도 잊지않는 경찰관을 보며 나 스스로 반성했고 고마운 생각을 갖게 됐다.
차 안에 타고 있던 우리 아이들에게 나는 어떤 아버지로 비춰졌을까? 그날은 아버지란 이름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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