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원청소년수련관 옆 둔촌터널과 아튼빌아파트 사이에 정자가 있다. 정자에 잠시 앉아도 좋고 내처 산길을 따라 가도 좋다. 산 초입이 8차선 도로라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산바람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길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무념무상이 된다. 그 길 끝에 광주이씨, 둔촌 이집(遁村 李集) 선생의 영정을 모신 사당, 추모재(追慕齋)와 묘역이 있다. 고려 말 정치가며 대학자인 둔촌 이집(1327~1387) 선생은 바른 정치를 위해 신돈의 악행을 비판했지만 오히려 목숨이 위태로웠다. 연로한 아버지를 업고 경북 영천 친구 집으로 간 선생은 그곳에서 3년을 은둔했다. 신돈이 역모로 죽자 판전교시사에 임명됐으나 사직하고 하대원과 여주에서 은일 자적했다. 문장에 능했던 선생은 이색, 정몽주 등 당대 석학들과 교유했다. 사당에서 효자이자 충신이었던 선생의 인품과 정신을 기리고, 묘역을 둘러보는 것도 뜻깊다. 둔촌 선생의 묘역은 2008년 <경기도기념물 제219호>로 지정됐다. 선생 후손의 묘역은 대원공원 위, 야산에 있다. 산을 내려와 다시 산 초입에 선다. 이곳부터 성남테크노과학고등학교 앞(총850m)까지 가로수 그늘막이다. 2014년부터 조성된 ‘걷고 싶은 거리’다. 화단과 벤치형 조형물이 조성돼 있고 전체구간에 다양한 교목과 관목이 식재돼 있다. 교목과 관목엔 관리자인 주민의 이름표가 붙어 있다. 이름표를 하나하나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천천히 걷다 보면 동 주민센터와 육교가 보인다. 육교 앞에서 왼쪽으로 돌면 하대원 농수산물 도매시장이다. 1991년, 노점상과 성호시장 정비사업 일환으로 그곳의 상인들이 하대원동으로 이주해서 형성된 시장이다. 현재 100여 개 점포가 새벽 5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지직송의 신선하고 건강한 농수산물과 생활용품 등 유통과 공급이 활기차다. 시장 주변에는 소문난 맛집이 많다. 해장국, 칼국수, 오리고기 등 다양한 먹을거리를 즐길 수 있다. 성현을 만나고 걷고 싶은 거리를 지나 시장에 들른다면 몸과 마음도 즐겁지 아니할까. 조여일 기자 dudlfd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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