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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엄마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06/22 [10:41]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엄마  -이정순 분당구 금곡동
 
가난한 삶을
끓여 내시던 손
팔남매에게 다 내어 주시고
알맹이 빠진
우렁이 껍질 속처럼 하고 앉아
삭정이 같은 손으로 나를 반긴다.
60이 다 된 나에게
어미가 되어 먼 길 오는 자식
따뜻한 밥 한 그릇 못해주고 미안하단다
삭정이 나무는 모닥 그려서 불쏘시개라도 하지만
당신 몸은 병원 침상에 맡기고 쓸데가 없다며
휑한 눈에서 눈물을 훔쳐 내신다
 
아침이면 자식들 도시락 줄 세워 짠지와 고치적
옆옆이 담아내시던 울 엄마
두 손은 갈퀴손이 되어
당신 키보다 더 큰 가리나무 둘둘 말아 머리에 이고
휘청거리며 올라오신 굽이진 비탈길
학독에 보리쌀 한 움큼 넣어 돌리는
엄마의 서릿발에 엉킨 이야기들 문틈 사이에서 기웃거리고
보리 가시에 찔린 것처럼 눈물이 명치끝을 찌른다.
창밖, 닳고 닳은 울 엄니 손톱만한 초승달이 떠오르고
싸늘한 벽에 팔 벌리고 선 시계가
서울 갈 행인을 재촉이라도 하는 듯
째각째각 요란하게 시간을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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