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10.15. 서울 안국' 이라고 선명하게 찍힌 우체국 도장이 지나간 세월을 말해주고 있다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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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메랄드빛 하늘이 환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 와서 너에게 편지를 쓴다…(이하 생략) 총총히 우표를 사고 전보지를 받고 먼 고향으로 또는 그리운 사람에게로 슬프고 즐겁고 다정한 사연들을 보내나니…(이하 생략) <유치환 –행복->
▲ 1970년대 우체부 아저씨가 어깨에 짊어지고 편지 배달하던 가방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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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체국은 그런 곳이었다. 우리는 모두 한 가지씩 우체국에 대한 추억을 가지고 있다. 손 글씨로 쓴 편지봉투에 혹여 떨어질까 꼼꼼히 혀로 침을 발라 우표를 붙여, 우체통에 넣는 순간의 설렘을 우리는 기억한다. 지금은 인터넷과 휴대폰의 발달로 휘발된 추억이다.
▲ 44년 성남시 역사의 세월을 뒤로하고 새로 건물을 짖기위한 우체국 간판이 8월 17일 철거되고 있다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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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시민의 통신의 역사와 추억이 있는 성남우체국(수정구·신흥동)은 1972년 12월 21일 서기관국으로 개국했다. 1973년 7월 1일, 경기도 성남출장소가 성남시로 승격한 것보다 먼저다. 성남우체국 개국 전, 성남엔 4개의 우체국이 있었다. 모란우체국(현 태평동우체국), 분당우체국(현 서현2동추체국), 판교우체국(현 운중동우체국), 성남고등동우체국(현 성남고등동우체국)이다. 모란우체국은 성남우체국 개국과 함께 태평동우체국이 됐고 분당·판교우체국은 해당 동이 형성되면서 이름도 바뀌었다.
▲ 하늘에서 바라본 성남우체국 전경(드론 사진제공 : 시민프레스 gve72@naver.com)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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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개천이 복개되고 8차선 도로지만 당시 성남우체국 앞엔 단대천이 흘렀고 도로는 단대천을 사이에 두고 상행선과 하행선이었다. 도로가에 포장마차가 즐비해 밤이면 하루 일과를 마친 사람들의 발그림자가 오고갔었다.
1976년 성남우체국으로 첫 발령을 받은 우상익 국장은 “당시 우체국 근처 종합시장은 성남의 중심가며 번화가였다. 집배공무원 대부분 자전거로 업무를 봤고 성남 지형 특성상 특히 여름과 겨울이면 업무에 애로사항이 많았다.”며 “그때는 우편물이 주로 편지나 엽서, 전보였고 얼굴 마주보며 손에서 손으로 직접 전해 주던 시절이라 따뜻한 정도 많았다.”고 한다.
요즘은 볼 수 없는 흘러간 풍경이지만 논두렁 밭두렁에서 새참 먹을 때 집배공무원의 자전거가 지나가면 기어코 세워서 물 한 모금 농주 한 모금이라도 대접했던 시절이었다.
현재 성남우체국은 44년 된 적벽돌의 2층 건물이다. 건물 노후화와 안전상의 문제로 부득이하게 재건축한다. 오는 9월 24일 이후 착공을 시작으로 2019년 6월 완공 예정이다. 그러므로 현재 성남우체국은 이전됐다.
우편접수·예금·보혐․알뜰폰 업무는 옆 건물인 (구)토마토저축은행 2층에서 진행, 우편물교부·우편물배달·우편물보관업무는 현재 성남우체국 뒤 건물 2층에서 진행 중이며 본청사인 성남우체국 뒤, 주차장 자리에 임시청사가 완공되는 9월 24일, 우편물교부·우편물배달·우편물보관업무는 임시청사로 이전된다.
▲ 봄이면 성남에서 가장 빨리 피는 목련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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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체국 앞엔 10여 년 된 목련이 있다. 봄이면 성남에서 가장 먼저 피는 목련이라 많은 시민이 기억한다. 성남우체국에서 퇴직한다는 우 국장은 청사가 사라지는 건 안타깝고 아쉽지만 44년 동안 성장하고 발전한 성남우체국 역사가 새 청사와 함께 더욱 성장하고 발전할 것이라고 한다. 우체국 가족들은 지난 7월 ‘우리청사 추억한day, 우리가족 사랑한day, 우리동료 고맙day’라는 주제로 ‘2016 해피성남 사진공모전’을 열어 아쉬움을 나누기도 했다.
▲ 오늘도 우편배달부 아저씨들은 성남시민들에게 빠른 소식을 전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비전성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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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참제도에서 1884년 최초의 우체국인 우정총국의 개국 이후 국민의 통신과 각종 생활편의를 위해 노력한 우체국! 성남우체국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본다.
현재 성남우체국 관할 수정구·중원구 곳곳에 115개의 빨간 우체통이 있다. 이 가을 고맙고 그리운 사람에게 전화나 이메일이 아닌, 이쁜 손 편지 한 장 띄우는 건 어떨까.
조여일 기자 dudlfd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