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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역사적인 그날, 아내가 출산 하던 날

이세영 중원구 하대원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11/23 [13:2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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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나이 마흔 넘도록 애가 들어서지 않다가 10달 전 임신을 했다. 이거야말로 대한독립만세만큼 온 집안의 경사였다. 나는 그날부터 아내를 거의 왕비마마처럼 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귀족 모시듯 생활하던 10달, 드디어 출산 날이 다가왔다. 식구들이 잠자리에 들 시각인 밤 10시 35분경 진통이 시작됐다. 허리가 뻐근해지며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진단다. 처음엔 10분 간격으로 진통이 오더니 그새 7분 간격으로 잦아졌다.
늦둥이 예비아빠인 나와 우리 집에 미리 와 계신 장모님을 깨워 병원으로 향할 채비를 했다. 택시를 불러 얼
른 병원으로 향했다. 의사가 진찰한 후 출산까지는 시간이 걸릴 듯하니 집에 갔다가 다시 올 수도 있다는 소견을 보였다. 실망스러워하는 순간도 잠깐, 규칙적으로 찾아드는 진통은 우리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러다가 급속도록 진통이 빨라졌고 아내는 더 큰 고통을 호소했다.
갑작스런 진전에 분만실은 바빠지기 시작했고, 고통에 젖은 신음소리도 커져만 갔다. 고통이 더할수록 아내
는 장모님의 손을 옹이지게 잡았다.
장장 8시간 반의 진통 끝에 3.19kg의 건강하고 예쁜 딸을 낳았다.
당신도 이런 고통으로 아내를 낳았음에도 그 딸이 겪는 고통이 못내 가슴 아픈 우리 장모님! 회복실로 돌아온 아내 손을 꼭 잡으시며 “애썼다, 이것아. 에그… 늦게라도 새끼를 가졌으니 잘혔다, 잘혔다.”를 연발하셨다.
그동안 자식 못 낳는 딸이라는 ‘오명’때문에 사돈댁에 늘 죄짓는 기분이라며 힘들어 하시던 장모님의 모습이
떠올랐는지 아내는 산고의 고통은 잊어버리고 기쁨에 겨워 펑펑 울었다.
순산한 아내를 대견하게 바라보는 장모님을 뵈니 어린 시절부터 잘 키워서 내게 보내주신 시간들이 또 고마워서 내게는 그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장모님! 이 고통으로 아내를 낳아주셨고, 그보다 더한 고통으로 아내를 키우셨죠? 자식을 낳아봐야 어른이된다더니 그 말이 맞나 봐요. 장모님!저희들도 아기 열심히 키우며 장모님처럼 훌륭한 부모가 되도록 노력할게요. 건강하게 오래 살아주세요. 사랑합니다.”
나는 아내의 손을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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