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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소소한 일상 속 따뜻한 애정

유민규 분당구 서현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11/23 [13:31]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여보, 여보, 당신도 좀 배워야겠어요.어머, 정말 가슴이 찡하더라고요.”
식사 후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던 내게 아내가 호들갑을 떨며 이불 보자기처럼 펼쳐 놓은 이야기는 모란시장근처에 산다는 어떤 구두 닦는 아저씨 이야기였다.
모란시장 근처 빌딩에서 구두를 닦는 나이 쉰 넘은 어느 아저씨는 세 아이를 키우고 있었는데, 구두를 닦는 수입이 넉넉지 않아 살림살이가 빠듯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또 학년이 올라갈수록 아이들은 모르는 문제를 아버지에게 묻기 시작해 난감해지기 일쑤였다고 한다.
고민을 거듭하던 아버지는 결국 묘안을 찾아냈다. 아이들이 아침마다 모르는 문제를 메모지에 적게 한 것이다. 그 메모지를 들고 직장(?)인 빌딩으로 출근한 아버지는 빌딩에서 구두를 맡긴 손님들을 상대로 문제의 정답을 물었다. 한 빌딩에서 오랫동안 구두를 닦다 보니 어느 사무실의 어떤 사람이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어느 정도 머리도 좋은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지 웬만큼은 꿰고 있었던 것이다.
아버지는 매일 그렇게 정답을 얻어 집에 들고 갔다. 아버지 스스로 과외선생님이 된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아버지의 자식사랑을 알아챈 아이들이 더 열심히 공부해서 3명 모두 서울의 명문대에 합격하고 반듯하게 성장했다는 이야기였다.
자식들을 고급 학원에 보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지원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님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메모지에 빽빽하게 적힌 해답보다 그걸 얻어내었던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아들들 성장에 더 큰 밑거름이 된 것이라며 날더러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애정을 보여 보라며 핀잔을 줬다.
‘쩌~업’…. 신문을 내려놓은 나는 아내의 눈치를 살피다가 잠시 후 컴퓨터 게임을 하는 큰아이 방에 들어갔다.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빠하고 배드민턴 치러 갈까?” 했더니 화들짝 놀래며 “아빠가 배드민턴 하실줄 아세요?” 한다. 평소 나의 무심함을 들킨 듯해 얼마나 오금이 저리던지….
어떻게 하는 것이 아이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실천하는 건지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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