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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성남마을버스(8번) 임근하 기사님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11/24 [09:3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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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을 모시고 4대가 함께 사는 임근하(65·신흥3동) 씨는 8번 마을버스를 운행한다. 35년째 성남에 뿌리내리고 산다는 성남인으로서의 자부심도 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다는 데 행복을 느끼며 일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근무하고 집에 가면 세 손녀의 용돈을 챙겨 주는 일도 하루의 보람이다. 일이 끝나면 아내에게 꼭 전화하는애교스런 남편이기도 하다.
세탁된 와이셔츠는 직접 다림질하고, 며느리를 딸처럼 챙기며 의견을 존중해 준다는 일등 시아버지다. 이런 그를 이영기(72) ㈜신도양 사장은 “회사동료들 간에도 잘하고 손님들께 친절하고, 매사에 부지런하고 무엇이든 잘한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974년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군대에서도 운전을 했다. 성남에 살면서 81년부터 서울 쪽으로 나가는 좌석버스(16년)와 강화에서 용산·수원으로 가는 버스를 운행하기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모든 것 내려놓고 정말 보람 있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마을버스, 그것도 단 한 대 운행하는 8번 버스다.
“매일 만나는 손님들을 가족같이 챙기고, 그분들의 손과 발이 돼 드린다는 생각으로 입사하게 됐다”는 그는 마을 주민들의 자가용인 것처럼 잠시 잠깐 짬나는 시간에도 청소를 한다. 신발을 벗어도 되겠다는 손님이 있을 정도로 버스 안팎이 깨끗하다. 쾌적한 버스환경을 만들어 손님에게 봉사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프로를 자처한다.
“손님께는 웃음을 선사하고 나는 하루를 보람되게 보낸다. 모든 손님에게 다 그러진 않지만 사투리를 섞어 손님과 대화하며 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느 날 개그맨이 된 것 같은 행복한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다.
골목에서 보이는 손님을 손짓해 기다리면서까지 태우는 이유는 배차간격이 뜸하다 보니 바쁜 걸음을 재촉하는 주민들의 사정까지 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산을 4~5개씩 비치해 놓고 비오는 날 우산없는 손에 들려 주는 그의 정성어린 배려! 성호시장 골목을 빠져나오자 무거운 짐을 끌고 기다리던 분이 천천히 버스에 올랐다. 하대원동에 산다는 손님(여·66)은 “시장을 많이 봐도 이 버스를 타면 안심이 된다”고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들고 오르고 내릴 때 기사 눈치를 보는데 이 버스 기사님은 차 타기 좋게 세워 주고,천천히 내려도 뭐라 하지 않아서 참 좋다”고 한다. “마님, 천천히 올라오세요”, “치료 잘 하고 오세요”, “아주머니 파이팅!”, “아이고 그 아저씨네”, “아이고 그동안 어디 다녀오셨시유?”, 어린 여아가 인사하며 올라오자 “어서 오세요, 우리 공주님. 인사도 잘하네” 한다.
훈훈한 대화들이 오고가는 8번 마을버스, 올 겨울이 따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