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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5대 터줏대감의 ‘화려한 외출

이동현 | 수정구 신흥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6/12/22 [13: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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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2월, 하나뿐인 아들이 입대를 한다. 고조, 증조부에 이어 할아버님, 아버님에 이어 나와 지금의 아이들까지 근 200년 넘게 이곳 성남에 터를 잡고 살면서 그간 한 번도 성남 땅을 떠나본 적 없는 우리 가족이다.
고조 증조부께서는 농사를 지으셨고 할아버지는 장사를 하셨다. 아버지도 할아버지를 모시며 함께 사셨고 나 역시 태어날 때부터 성남 사람이었다. 그래서 우리 가족에겐 입대 자체도 변화지만 잠시 성남을 떠나는 것만으로도 큰 행사고 영화제목으로 치자면 ‘우리 가족의 화려한 외출’쯤 된다.
아들의 입대. 아버지들은 이미 다 경험해본 군대이고, 당연히 입대해서 나라를 지키다 돌아오면 되는 일이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내심 헤어지기 어려운 그 어떤 진한 부정(父情)이 우러나왔다.
화생방, 유격훈련, 공수훈련, 무장구보, 한겨울 혹한기 훈련…. 이런 훈련을 받을 때마다 인내하며 건강한 모습으로 제대를 했는데 매일 휴대폰과 컴퓨터만 만지던 아들이 과연 그런 훈련을 견딜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앞섰다.
그래서 며칠 동안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부탁드렸다. 손주 놈이 군대에 가는데 어떤 일이든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해 주어진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시라고.
드디어 입대 날. 아내와 함께 부대에 도착했다. 아이와 우리 가족 모두 담담했고, 청년이 돼 나라지킴에 보탬이 된다는 마음에 큰 자부심도 나눠 가졌다.
“건강 하거라.”
“예, 아빠. 제대하면 효도할게요.”
아들이 힘차게 연병장으로 뛰어간다. 20여 년 보살피며 데리고 살던 가족과 한동안 떨어져 있어야 한다는 아쉬움, 그리고 덕분에 나와 온 국민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다는 감사함에 눈가에 살짝 눈물이 고였다.
하지만 너무나 행복한 이별이고 약속의 눈물이다. 아들 가진 모든 이들이 나눠갖는 감사의 눈물이자 진실한 삶의 한 토막. 의무를 다한다는 것을 긍지로 삼는 눈물이다. 아들, 사랑한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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