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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우리 성남시 경로당이 최고여

이기태 | 중원구 금광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02/23 [13:3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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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에 사는 어머니가 전화를 했다. 요즘 부쩍 아버지가 경로당에 가실 때마다 갓김치를 꺼내 봉지에 담아 가시더란다.
하루 이틀도 아니어서 어머니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잖아도 며느리가 애써 담가드린 갓김치인데 그걸 매일 싸들고 가시는 아버지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궁금한 생각이 들은 어머니가 결국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아버지는 “경로당에 가면 ‘형들’이 우리 김치를 굉장히 좋아해”라고 하시더란다. 전화기 너머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는 배꼽 쥐고 한참을 웃었다. 고령화 사회다 보니 72세인 아버지보다 연세가 많은 ‘형님’들이 즐비해 아버지는 ‘애들’ 축에 드는 것이다.
갓김치는 지난 김장 때 아내가 맛나게 담가드리고 온 것인데 어르신들 입맛에 맞아서 다 같이 모여 밥을 지어 드실 때 마다 큰 사랑을 받았던 모양이다. 이웃 ‘형님’들을 위해 기꺼이 김치를 싸들고 나가신 아버지 덕분에 한참을 웃다가 다 떨어지면 또 담가드릴 것이니 걱정 말고 퍼 나르시라고 말씀드렸다.
우리 성남의 도심 곳곳에는 경로당이 잘 만들어져 있다. 시설이 좋고 운영을 잘해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내 집 안방처럼 편히 이용하시는 것이다.
과거 시골의 아궁이가 주방으로, 솥뚜껑 밥이 전기밥솥으로 바뀌었을 뿐 연로하신 어르신들은 다 같이 오순도순 밥을 지어 드시며 외로움도 달래고 계신다.
일전에도 과일과 음료수 좀 사다가 놓아드리려고 경로당에 갔는데 어르신들이 오순도순 모여앉아 다 같이 고구마를 쪄나눠 드시는 모습을 뵙고는 가슴이 뭉클했다. 어르신들이 서로를 위하고 이해하고 부대끼면서 아주 만족해하는 모습에서 성남시의 주민자치와 외롭지 않은 행복한 노년을 볼 수 있어서 무척 기뻤다.
“내가 뭣 하러 너덜 집에 가서 사냐? 우리 경로당이 최고여.자식 집보다 여기가 더 좋아.”
우리 집에서 모실 테니 함께 사시자고 여쭐 때마다 어머니가 늘 하시는 말씀이다. 경로당 덕분에 부모님이 이렇게 건강하고 외롭지 않게 사시는 것 같아 성남시에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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