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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인생의 향기가 느껴지는 성남시민들

권정예 | 분당구 백현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03/22 [12:2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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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눈여겨보지 않아서 잘 찾지 못할 뿐이지 성남시민들중에는 참 향기로운 분이 많다.
복지시설에 가끔씩 자원봉사 하러 가는데 그곳에 독특한 분이 있다. 내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는데 그분은 내가 가는 날엔 꼭 오신다. 그러고 보면 나보다 훨씬 더 자주 복지시설에 오시는 건데.
그분은 양손에 늘 드라이버와 펜치를 하나씩 들고 있었다.
굳이 왔다는 표시도 내지 않고 그저 내 집 일처럼 복지시설 석구석을 뒤지면서 고장 난 물건들을 고치곤 했다. 시설의 불 꺼진 형광등, 고장 난 전기기기, 덜그럭거리며 망가진 전거, 물이 잘 빠지지 않는 주방의 싱크대까지 그분의 손이 지나간 자리는 항상 새것처럼 반짝이며 작동이 됐다. 특히 자전거를 잘 고치셨는데, 몇 대 안 되는 자전거를 수십 명의 아이들이 돌아가며 타다 보니 늘 성한 데가 없었는데 그분 덕분에 아이들은 불편함 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그분은 늘 그렇게 뚝딱뚝딱 일하고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래서 우리는 이분을 ‘맥가이버 대장님’이라고 부른다. 어떤 분인지 시설에 여쭤봤더니 시내에서 철물점을 운영하는 분인데 우연히 인연을 맺고부터는 항상 그렇게 성심껏 도와주셔서 여간 고마운 게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는 ‘차 한 잔 대접해야지’ 하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지만 끝내 그 분께 차 한 잔 대접할 수 없었다.  그분은 몹시 부끄러워하며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고치느라 구부리고 앉아 열심히 손놀림을 하던 그분의 뒷모습. 낡은 점퍼와 흐트러진 머리카락, 오래된 구두…. 영락없이 마음만은 그 누구보다 풍요로운 부자인 모습.
세계적인 성인 마더 테레사 수녀님은 자원봉사자를 면접할때 딱 세 가지만 물어 보았다고 한다. “잘 먹고, 잘 자고, 잘 웃습니까?” 사랑을 나누는 데는 아무런 자격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사랑할 마음만 있으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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