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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편지 잘 읽었다

민서영 | 수정구 창곡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03/22 [12:4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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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울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그 순간 우리 가족의 세상도 멈춰버리겠거니 싶었습니다.
당신이 떠나신 지 어느덧 햇수로 6년이 됐습니다.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던 눈물도 멈췄고, 그해 겨울 그대로 소생하지않을 것 같던 꽃들도 다섯 번을 폈다 졌다 하며 만물은 제 역할을 다해 살아가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를 머릿속으로 떠올리면 늘 제일 먼저 툭 튀어나오는 기억 파편 한 조각. 어린 손녀를 위해 딸기 천 원어치를 사 오셨던 당신. 작은 입으로 오물거리며 딸기 씹 는 첫 손녀의 모습이 당신에게는 그리 예뻐 보일 수가 없었나봅니다.
여전히 우리 가족에게 ‘할아버지’는 함부로 입에 올리기 힘든 단어입니다. 누구든 그 이야기를 꺼내면 코끝이 시큰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져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하는 상태가 돼 버리거든요. 한 번 심호흡을 크게 해도, 여전히 당신의 존재는 저희에게 커다랗게만 느껴집니다.
큰 아름드리나무 같았던 할아버지. 마지막으로 할아버지가 제일 궁금해 할 소식 전해 드려요. 당신의 평생 반려자였던 할머니. 6년이라는 세월을 할머니도 피해갈 수 없었지만, 저에게는 여전히 그 누구보다 아름다우세요. 할아버지도 하늘에서 그 고운 모습 계속 눈에 담고 계시겠죠? 저희는 할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울었고 슬퍼했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 시간을 반복하지 않으려 잘해 드리고 있어요. 올해는 할머니와 둘이서 더 늦기 전에, 여행을 계획해 보려고요.
이렇게 편지를 쓰다 보니 할아버지께 전하고 싶은 소식이 왜 이렇게나 많은지. 예전 같았으면 당신의 앙상한 무릎에 저를 앉혀 놓고 쫑알거리는 제 이야기를 들어주던 할아버지가 오늘은 왜 이렇게 사무치도록 보고 싶은 걸까요. 자주 편지 올려 드릴게요. 가끔은 꿈에 나와서 “편지 잘 읽었다”며 따뜻한 손으로 머리 쓰다듬어 주세요. 보고 싶고 사랑합니다!  

독자 수필과 추천도서(원고지 5매 내외), 사진(성남지역 풍경·사람들-200만 화소 이상)을 모집합니다. 2017년 4월 7일(금)까지 보내주세요(주소·연락처 기재) 채택된 작품은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보내실 곳 : <비전성남> 편집실 전화 : 031-729 -2076~8 이메일 : sn997@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