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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참 따뜻한 이웃

김기봉 | 중원구 상대원동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04/24 [07:3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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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딩동” 하며 초인종이 울렸다. 조심스레 문을열며 누군지 묻자 위층 주부라며 아내를 찾았다. 잠시 출타중이라 했더니 “그동안 인사도 못 드렸네요. 지난번엔 정말죄송했어요” 하며 손에 든 것을 내민다. 맛있게 담은 파김치와 손바닥만 한 간장게장 꽃게가 네 마리나 접시에 담겨 있었다. 군침을 꿀꺽 삼키며 “어이쿠 이런 걸 다! 그런데 무슨일인지…”라며 멋쩍게 묻자 이분은 연신 죄송하다며 말을잇는다.
얼마 전, 다용도실 천장에 달린 형광등 전구가 꺼졌다. 형광등을 살펴보니 습기가 차 있어 관리실에 연락했더니 위층에서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확인한 결과, 위층에서 베란다를 수리하면서 세탁기 물 빼는 호스를 우리 집 전구 위로 지나게 했는데 거기에 습기가 차면서 누전이 돼 형광등 전구가 계속 터졌던 것이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금세 수리도 끝났으니 우린 그냥잊고 있었는데 위층에서는 미안한 마음에 계속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수리 후 아내에게 또 문제가 생기면 연락 달라는 말을 몇 번이나 했단다. 아내는 그런 그분에게 괜찮다며 안심을 시켰는데 이렇게 반찬까지 싸들고 온 것이다.
맛있게 드시라는 말을 남기고 종종걸음으로 올라가는 그분을 보며 남에게 폐 끼치며 살지 않으려는 마음, 고마움을 표할 줄 아는 심성, 이웃에게 먼저 웃음을 줄 줄 아는 센스에 내 마음이 한없이 훈훈해졌다.
옆집에서 짐이 나와야 그제야 이사를 가는 줄 알고, 낯익은 얼굴을 엘리베이터에서 만나도 애써 무심한 척하고, 주차문제로 삿대질 하며 싸우고, 심지어 층간소음으로 사람을 상하게 하는 일이 흔한 아파트 세태가 아닌가. 하지만 나에겐 이렇게 따뜻한 이웃이 있었다니. 돌아오는 주말에는 아내와 함께 맛있는 수육을 준비해서 두 가족 저녁식사나 함께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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